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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김병수 교수팀, 고성능 PLA 합성 기술 개발

중앙일보

2026.03.20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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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사진. (왼쪽부터) 연세대 김병수 화학과 교수(교신저자), KAIST 이윤미 화학과 교수(교신저자), 연세대 이수민 화학과 박사과정생(공동 제1저자), KAIST 이후승 화학과 박사과정생(공동 제1저자)
카페에서 사용하는 생분해 컵, 일회용 식기, 포장재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환경 플라스틱 중 하나가 폴리락타이드(Polylactide, 이하 PLA)다. PLA는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식물에서 얻은 원료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으로, 자연에서 분해돼 대표적인 친환경 소재이다. 하지만 기존 PLA는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열에 약하고 강도가 낮아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화학과 김병수 교수 연구팀은 KAIST 화학과 이윤미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차세대 유기촉매를 활용해, PLA를 훨씬 빠르게 만들면서도 분자 구조를 정교하게 제어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특히 연구팀은 고분자의 ‘분자 배열’을 정밀하게 제어해 스테레오블록(stereoblock) PLA라는 구조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 과정에서 반응이 진행되는 방식까지 밝혀냈다.

PLA의 성질은 분자들의 배열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같은 블록이라도 무작위로 쌓아 올린 벽돌과 규칙적으로 정렬된 벽돌은 안정성과 강도가 다르다. PLA 역시 분자 배열이 불규칙하면 쉽게 변형되는 성질을 보이지만, 일정한 규칙대로 배열되면 단단하고 열에 강한 소재가 된다.

PLA는 서로 거울상 관계에 있는 두 종류의 분자 사슬이 번갈아 연결될 때 더욱 강력한 성질을 보인다. 이러한 구조는 마치 왼손과 오른손이 맞물리듯 서로 단단히 결합하는 형태로, 일반 PLA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도 견디는 특성을 갖는다. 이러한 구조를 스테레오블록 구조라고 하며, 고성능 PLA 소재 개발에서 중요한 목표로 여겨져 왔다.

이번 연구에서 공동 연구팀은 비교적 저렴하고 상업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라세믹 락타이드 단량체를 이용해 단 몇 분 만에 스테레오블록 PLA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상온에서 시간당 반응수(TOF) 1,710h-1에 이르는 매우 빠른 반응 속도를 기록했으며, 저온에서는 분자의 규칙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0.99에 달하는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기존 촉매 시스템에서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웠던 ‘빠른 반응 속도’와 ‘높은 선택성’을 모두 확보한 결과다.

연구팀은 이렇게 합성된 PLA의 분자 배열 및 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화공생명공학과 류두열 교수 연구팀과 함께 X-선 산란 분석을 면밀하게 진행했다. 분석 결과, 합성된 PLA는 단순히 섞여 있는 형태가 아니라 분자들이 층층이 정렬된 라멜라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소재의 열적·기계적 성능을 향상하는 중요한 구조적 특징이다.

김병수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새롭게 개발된 촉매를 활용해 고분자 구조를 정밀하게 제어하고, 복잡한 반응 메커니즘을 첨단 분석 기법으로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분자의 배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친환경 플라스틱의 성능을 크게 높일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PLA는 생분해가 가능한 지속가능 소재로, 향후 포장재나 의료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은 바이오 고분자”라고 전망했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 과제 및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독일화학회에서 발행하는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2026년 3월 4일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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