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엄지아 영장전담 판사는 20일 오후 김씨의 살인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엄 판사는 "도망할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김씨는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이어 나갔다. 그는 이날 오후 1시 17분 부산 부산진경찰서에서 호송 차량에 탑승하기 직전 "조직적인 기득권의 양아치 짓에 복수한 것"이라며 "항공사마다 공군사관학교 기득권이 엄청난 부패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에 도착한 김씨는 '할 일을 했다는 게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는 "본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사람 인생을 함부로 파괴하는 기득권에 맞서 제 할 일을 했다"고 언급했다.
회색 티셔츠에 슬리퍼를 신은 김씨는 이날 호송 과정에서 시종일관 고개를 들고 다녔고, 취재진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말하기도 했다. 경찰관이 마스크 착용 의사를 물었으나 필요 없다며 사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살인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이날 오후 2시 부산지법에서 진행됐다. 김씨는 지난 17일 오전 5시 30분쯤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동료였던 항공사 기장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 살해 하루 전인 16일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한 주거지에서 직장동료였던 기장 B씨를 덮친 뒤 도구를 이용해 목을 졸라 살해하려다 범행에 실패하고 도주하기도 했다.
김씨는 A씨 살해 직후 추가 범행을 위해 경남 창원에 있는 또 다른 전 동료 C씨 주거지에 찾아갔지만 미수에 그쳤다. 이후 울산으로 도주했다가 범행 14시간여 만인 17일 오후 8시쯤 경찰에 붙잡혔다.
공군사관학교 비 조종사 출신인 김씨는 같은 학교 선배이자 한때 직장 동료였던 A씨 등 기장 4명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최근 수개월 전부터 피해자들을 몰래 따라다니며 택배기사로 위장해 주거지를 파악하고 범행 장소를 물색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했다.
현재까지 김씨의 가장 유력한 범행 동기로는 공군 조종사 출신 기장들에 대한 피해의식이 꼽힌다. 그는 조종사 정기 평가에서 한차례 떨어진 데다 복직을 앞두고 건강상 문제로 항공 신체검사도 통과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전문가나 김씨의 동료 등은 그가 '피해망상' 증상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항공사에 공군 조종사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감소했다는 점에서 김씨의 주장은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든 논리라는 것이다.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동기 등 김씨 진술을 확보하고 신빙성 등을 검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씨는 최근 사이코패스 진단평가(PCL-R)에서 기준 미달 점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