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호르무즈 해협 연안의 지하 미사일 기지 제거를 위해 최신형 벙커 버스터인 GBU-72 유도 폭탄을 투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 지하 시설의 원조 격은 북한인데, 이번 사태를 통해 ‘북한 맞춤형’ 벙커버스터의 실전 성능이 검증됐다는 뜻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장대한 분노’ 작전을 주도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연안의 이란 강화 방어 미사일 기지들에 5000파운드(2.3t급) 심층 관통탄 여러 발을 성공적으로 투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기지들의 대함 미사일은 호르무즈 해협의 국제 통상에 위협을 가해왔다”고 덧붙였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번 공습에 쓰인 무기를 공식 밝히진 않았지만, 미 CNN과 폭스뉴스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GBU-72 어드밴스드 5K 관통탄(벙커 버스터)이 투하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이란이 인질로 쥐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기 위해 미국이 대함 미사일의 기반 시설 제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군함이나 상선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접근할 때 피격당하지 않으려면, 인근의 미사일 기지를 무력화하는 게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습에 투입된 GBU-72는 2021년 10월 미 공군이 에글린 시험 비행대에서 처음 발사하며 베일을 벗었다.
지난해 6월 ‘한밤의 방치(Midnight Hammer)’ 때 포르도를 포함한 이란의 주요 핵 시설 3곳을 때린 ‘현존 최강 벙커 버스터’ GBU-57 MOP(초대형 관통 폭탄)보다는 관통력이 낮지만, 기존의 GBU-28, GBU-31 등보다는 성능이 향상됐다는 평가다. GBU-57은 강화 콘크리트를 60m까지 돌파할 수 있고, GBU-28은 약 4~6m를 뚫을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GBU-57은 B-2 폭격기로만 운반이 가능한 전략 무기로 꼽히는데, GBU-72는 F-15E 전투기 등으로도 투하할 수 있어 전술적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다. 미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2021년 10월 첫 시험 이후 미 공군은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의 지하 시설을 파괴하는 데 GBU-72 벙커 버스터를 쓴 적이 있다.
앞서 이란 국영 매체는 이란혁명수비대가 지하 시설에 샤헤드형 자폭 드론과 미사일 수 백기를 보유하고 있는 장면을 보도했다. 이런 지하 시설은 북한이 원조로 꼽히는데, 이번 작전에서 미국이 이란의 지하 시설을 초토화했다면 이는 곧바로 북한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뜻이 될 수 있다.
북한은 6·25전쟁 때 미군 주도 유엔군의 공중 폭격의 위력을 실감한 뒤 전 국토를 요새화 했다. 분석에 따라 다르지만, 화강암 지대에 6000개~8200개까지 지하 시설물을 건설했다는 말도 있다. 고(故)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북한 지휘부가 유사시에 숨기 위해 평양 지하 300m 지점에 거대한 은닉 시설을 만들어놨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은 앞서 2023년 12월 화성-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때 직선형 터널에서 이동식발사대(TEL)를 이동시키는 장면을 공개했다. 이는 ICBM 등 전략 무기도 지하 시설에 숨겨놨다는 의미로 읽혔다.
한국도 재래식 무기지만 고위력·초고위력 탄두로 지하 시설을 파괴하는 벙커 버스터 현무-Ⅳ·Ⅴ가 있다. 현무-Ⅳ는 탄두 중량이 2t, 현무-Ⅴ는 8t에 달한다.
핵탄두 없이도 외기권까지 상승, 마하-10 이상의 빠른 속도로 하강해 운동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다량을 투하할 경우 전술핵 수준의 파괴력을 구가할 수 있으며, 지하 100m까지 뚫을 수 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