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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흔들릴 때 베네수는 우승…WBC 지형도 바꾼 '스카우트의 힘'

중앙일보

2026.03.20 14:00 2026.03.2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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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베네수엘라 대표팀 선수들이 17일(현지시간) 미국팀과 결승전에서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야구 월드컵’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최종 승자는 베네수엘라였다.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도미니카공화국·푸에르토리코 등 중남미 국가가 WBC에서 선전한 이유가 관심을 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1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WBC 결승전에서 미국을 3-2로 꺾고 우승했다. 일본을 8강, 이탈리아를 4강에서 꺾은 베네수엘라는 결승에서 ‘야구 종주국’ 미국까지 제압했다.

베네수엘라 선수진은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방불케 했다. 출전 선수 30명 중 MLB에서 뛰는 선수가 27명이었다.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에우제니오 수아레스(시애틀 마리너스), 살바도르 페레스(캔자스시티 로열스) 등 타선과 레인저 수아레스(필라델피아 필리스),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 투수진이 두루 화려했다.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도미니카공화국이 4강, 푸에르토리코가 8강에 각각 오르는 등 중남미 카리브해 연안 국가 성적이 두드러졌다. 한국에 10-0 ‘콜드 게임’ 충격 패를 안긴 도미니카공화국의 경우 3~5번 중심 타선에 ‘몸값 1조원’ 후안 소토(뉴욕 메츠)를 비롯해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MLB 대표 강타자를 배치했다. 반면 전통의 야구 강국 쿠바는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WBC에서 베네수엘라·도미니카공화국·푸에르토리코가 뜨고 쿠바가 지는 기류는 MLB 선수 구조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MLB 사무국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 선수 1471명 중 미국 국적(1081명)이 단연 1위다. 도미니카공화국(144명)과 베네수엘라가(93명)가 뒤를 이었다. 쿠바 국적 선수는 34명으로 격차가 있었다. 오히려 푸에르토리코(27명)와 비슷했다.

베네수엘라·도미니카공화국 출신 MLB 선수가 많은 건 뿌리 깊은 원정 스카우트 시스템 때문이다. 도미니카에는 MLB 구단이 직접 운영하는 야구 아카데미가 많다. 여기서 10대 초반부터 실력을 키운 유망주를 스카우트하는 구조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경제 위기로 시스템이 많이 무너졌지만, 과거 MLB 구단이 유소년 아카데미를 꾸려 운영해 온 저력이 아직 남아있다는 평가다.

반면 쿠바는 미국과 불편한 외교 관계로 야구까지 고난의 행군 중이다. 위 국가와 달리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MLB 계약을 맺기 어려워 (진출하려면) 망명까지 선택해야 하는 사례도 많다. 특히 트럼프 1기(2017~2020년) 시절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MLB 진출이 어렵다 보니 국가 주도로 탄탄하게 명맥을 이어온 쿠바식 야구 시스템마저 흔들리고 있다.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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