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10·20대 사이에서 자해나 우울감 등을 노골적으로 다루거나 극단적 혐오 표현을 반복하는 노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노래는 정신건강이 불안정한 상태라는 뜻의 ‘멘헤라’ 감성을 표방하며, 자해 등과 관련한 내용 때문에 이른바 ‘자해송’ 등으로도 불린다. 단순 예술의 한 영역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일각에선 음원 플랫폼과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최소한의 심의도 거치지 않은 음악들이 급격히 확산할 경우 모방 심리를 자극하거나 생명 경시 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짙은 우울감 등을 주제로 하는 이런 노래들은 개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사운드클라우드나 SNS를 중심으로 유통된다. 규제나 검열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관련 장르로 분류되는 노래 중 한 곡은 최근 음원 서비스에서 스트리밍 횟수 70만회를 넘기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등지에서 멘헤라 장르 아티스트들이 모여 합동 공연을 여는 등, 오프라인으로도 관심이 확장되는 추세다.
문제는 단순히 우울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일부 노래의 경우 자해 도구나 행위 등을 가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묘사한다는 것이다. 수십만회 스트리밍 된 한 노래에선 손목·칼·약 등의 단어가 반복되고, 다른 노래 역시 “손목을 그었어” “커터칼 콜렉터”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X녀, 펜타닐 거래 VIP인 XX XXX이여도 사랑할게” 등 혐오 표현이 섞이거나 자극적인 단어가 포함된 가사를 반복하는 노래도 적지 않다.
이런 노래들은 SNS상에서 ‘자해계’, ‘우울계’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다수 공유되고 퍼져나간다. 한 SNS 이용자 A씨는 “멘헤라 장르의 음악을 즐겨 듣고 있다. SNS상에서 자해 관련 콘텐트를 공유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자해 경험이 있다고 밝힌 10대 B씨는 “가사가 주는 자극 때문에 그런 노래들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밤새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관련 음악으로 활동하는 가수나 이들이 속한 소속사는 이 역시 하나의 음악 장르로 봐줬으면 한다는 입장이었다. 가수 최모씨는 “지금 세대가 느끼는 솔직한 감정이 음악에 표현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해당 장르 가수가 다수 소속된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측은 “격렬한 가사들 덕분에 오히려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콘텐트가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환경이 일부 청소년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현주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온라인상 자해 관련 정보가 빠르게 퍼지고, 일부 청소년이 이를 쉽게 생각하고 낭만화하는 경향까지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자살예방 기관 관계자는 “유해한 콘텐트가 퍼져나간 후 모니터링을 통해 삭제나 차단 조치를 하고 있지만, 확산 속도를 따라가기 벅찬 실정”이라고 전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