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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 허준이를 만든 히로나카 헤이스케 별세

연합뉴스

2026.03.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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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 허준이를 만든 히로나카 헤이스케 별세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를 과학 기자 대신 수학자의 길로 이끈 일본인 대수기하학(代數幾何學)자 히로나카 헤이스케(廣中平祐)씨가 지난 18일 세상을 떠났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19일 전했다. 향년 만 94세.
1931년 일본 야마구치현에서 태어난 고인은 교토대와 하버드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컬럼비아대와 하버드대, 교토대 교수로 강단에 섰고, 서울대에서도 강의했다. 1970년 '대수적 다양체의 특이점 해소' 연구로 수학계 노벨상이라는 필즈상을 받았다. 1984년 수리과학진흥회를 만들었고, 1996년부터 6년간 야마구치대 학장을 지냈다.
국내에 '학문의 즐거움'(1992)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저서 '학문의 발견'(1982)에서 자신은 천재가 아니라 노력가라며 어릴 때 입시에서 떨어지기도 했고, 고교 2학년 때까지 피아노 페달이 뭔지도 모르면서 피아니스트를 꿈꿨다고 소개했다.
대학 3학년 때에야 수학의 길을 택한 늦깎이 수학자였다.
1957년 처음 발표한 수학 논문은 다른 수학자로부터 "참고문헌에 나온 얘기를 되풀이했다"는 혹평을 들었지만, 덕분에 참고문헌 쓰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자부했다.
'학문의 발견'에서 "수학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마다 나는 '난 바보니까'를 중얼거린다. 어차피 나는 바보니까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 머리가 한결 가벼워진다"고 했다.
고인이 전공했고 허준이 교수에게도 가르친 대수기하학은 대수방정식으로 정의된 도형(대수적 다양체=곡면 다양체)의 구조를 해명하는 학문이다.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세분화됐다.
고인은 대수적 다양체에 나타나기 마련인 교차점이나 뾰족한 점 등 다루기 어려운 특이점을 해소할 수 있는 일반이론을 발표했다.
1∼3차원 도형의 특이점 해소 이론을 만든 오스카 자리스키(1899∼1986) 하버드대 교수에게서 배운 뒤 1963년 모든 차원의 도형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이론을 미국 수학 전문지 '수학연보'에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표수 0인 체상의 대수적 다양체 특이점의 해소'였다.
이 업적으로 만 38세 때인 1970년 필즈상을 수상했다. 필즈상은 40세 미만인 사람에게만 주는 만큼 당시까지 최고령 수상이었다.
2008년부터 3년간 '노벨상급 석학 유치 사업'으로 서울대에서 강의할 때 과학 전문기자를 꿈꾸는 학부 4학년 학생이던 허준이를 만나 대수기하학을 가르쳤다.
허 교수는 2022년 필즈상을 받은 뒤 기자 브리핑에서 "대학교 3, 4학년에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학업을 쉬다가 우연한 기회에 수학 수업을 들으며 수학의 매력을 처음 느꼈다"며 "(서울대에 초빙된) 히로나카 헤이스케 선생님의 대수기하학을 들으면서 완전히 빠져들었고, 그 상태로 지난 십수년간을 (수학자로) 살아왔다"[https://www.yna.co.kr/view/AKR20220706123300017?section=news]고 했다.
허 교수는 대수기하학을 공부한 뒤 조합론에 관심을 갖게 돼 대수기하학과 조합론 사이에 다리를 놓은 것이 필즈상 수상으로 연결됐다.
고인은 '학문의 발견에서 '어차피 잊어버릴 지식을 뭐 하려고 고생하며 배우느냐'는 질문에 "지혜를 얻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지혜의 힘을 "결단할 수 있는 힘", "어느 순간에 '앗!'하고 비약할 수 있는 힘"이라고 표현했다.
또 "현재의 중고등학교 교육 환경은 '오랜 시간 숙고하는 사고방식'을 충분히 훈련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입학시험을 통해 문제를 어떻게 단시간 동안 풀 수 있는가 하는 걸 훈련시키는 것이 태반인 것 같다. 이것은 불행하고 불완전한 교육이다. 장시간 동안 생각하는 훈련이 안 되어 있는 사람은 깊이 생각할 수 없고 '지혜의 깊이'도 키워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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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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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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