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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영상만 500번 돌려봐요” 멈추지 않는 ‘람보르길리’ 질주 비결

중앙일보

2026.03.20 21:00 2026.03.2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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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2관왕에 등극한 쇼트트랙 김길리가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딴 금메달 4개와 동메달 1개를 들었다. 임현동 기자

“힘들 때요? 제가 1등했던 영상을 봐요. 그날의 희열을 느끼고 싶어서 스스로 일어나는 거죠. 우승 레이스요? 아마 500번, 아니 1000번은 돌려봤을 걸요.”

‘힘들 때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변은 명쾌했다. 숨 쉬듯 우승을 차지하면서도 매 순간 승리를 체화하는 선수. 2026년 자타공인 쇼트트랙 ‘월클(월드클래스)’로 인정 받은 김길리(22·성남시청)는 여전히 밝고 거침 없었다.

김길리의 질주는 거침이 없다. 그는 지난달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며 세계를 제패하더니, 이번주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2관왕에 등극했다. 수퍼카에 빗댄 별명 ‘람보르길리’처럼 기어 변속과 동시에 시작되는 ‘추월쇼’를 펼쳤다. 김길리를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만나 멈추지 않는 질주 비결을 들어봤다.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500m를 제패한 김길리(앞). 신화=연합뉴스


Q : -세계선수권 여자 1000m에서 맨 뒤에서 달리다가 아웃코스로 추월해 날들이밀기로 0.009초 차로 우승했다. 전율을 일으키는 질주였다.
A : “준결승 때 네덜란드의 산드라 펠제부르(네덜란드)와 레이스하면서 느꼈다. ‘다음 경기에서는 추월할 수 있겠다’. 덕분에 결승전에서 자신감 있게 플레이 할 수 있었다. (레이스 중반) 생각보다 뒤쪽에 처져 있어서 걱정도 됐는데, 반 바퀴 남았을 때 갑자기 속도가 확 붙더라. ‘이거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아웃 코스 추월을 시도했는데 속도가 (끝까지) 살았다. (날들이밀기 후) 솔직히 살짝 늦었다고 생각했다. ‘아쉽게 2등인가’ 싶어 전광판을 봤는데, 제 이름이 맨 위에 찍혀 있었다. 보통 발 들이밀기 승부는 사진 판독을 봐야 하는데 제 기록이 먼저 떠 있는 걸 보고 기뻤다.”


Q : -여자 1500m에서도 5위에 위치해있다가 아웃코스로 치고 나갔다. 단숨에 선두까지 올라선 끝에 압도적 우승을 차지했다.
A : “앞서 1000m 경기를 뛰고 나니 컨디션이 좋아졌다. 스피드랑 체력이 남아 있었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아웃코스로 추월할 때 생각보다 속도가 잘 붙었고 그냥 계속 질주했다. 사실 아웃코스 추월을 하려고 준비할 때부터 속도가 붙는 느낌이 들기는 한다. 이번에도 아웃 코스로 추월할지 인코스로 파고들지 고민하다가, 아웃코스를 시도했다.”


Q : -올림픽 은퇴를 선언한 최민정에게 닮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A : “언니의 아웃 코스 추월 능력을 제일 닮고 싶다.”


Q : -국제 무대에서 가장 까다롭게 느껴지는 선수는.
A : “지금으로서는 펠제부르 선수가 까다롭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스피드가 엄청 빠르고, 일반적인 여자선수들이 타는 코스와 다른, 뭔가 새로운 코스를 탄다. 인코스 추월도 잘한다.”


Q : -전쟁 같았던 시즌을 치른 소회는.
A : “처음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걱정이 많이 됐다. 후반으로 갈수록 컨디션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고, 경기 결과도 잘 따라와 주는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후회 없이 잘 마무리한 시즌 같아 후련한 기분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2관왕에 등극한 쇼트트랙 김길리가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딴 금메달 4개와 동메달 1개를 들었다. 임현동 기자


Q : -2026년 자타공인 ‘월클’로 공인 받았는데.
A : “경기장에 입장할 때 ‘올림픽 골드 메달리스트’라고 저를 소개해주시면 신기하다. 어렸을 때부터 이루고 싶었던 목표여서 아직까지는 그렇게 불리는 게 적응이 잘 안된다(웃음).”


Q : -본인의 목표 수준에 도달했을까. 보완할 점이 있다면.
A : “이제 저만의 경기 운영 방식을 어느 정도 터득한 것 같지만, 동시에 이제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500m 부분을 보완해보고 싶고, 제 장점은 살려서 극대화하고 싶다. 스타트에서 탄력으로 연결되는 게 핵심인데, 인코스를 파고드는 스피드라든지, 선두에서 끄는 능력을 좀 더 키우고 싶다.”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선수단 격려 오찬에서 김길리가 건배 제의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Q : -최근 예능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했고, 청와대 오찬에서 건배사도 했다. 케이팝그룹 코르티스를 만나 댄스챌린지도 찍었다.
A : “제가 TV 속에 들어와있는 느낌이라 신기했다. 제가 재미없는 부분도 되게 잘 살려주셨다. 김풍 작가님 요리가 맛있어서 (승자를 고를 때) 고민이 많았다. 소스가 정말 맛있었다. 다만 전체적인 완성도 면에서 박은영 셰프님이 조금 앞섰다고 생각했다. (청와대 건배사를 하면서) 너무 떨렸다. 제가 언제 그런 자리에서 해보겠나. 영광이었다(웃음). 인터뷰도 쑥스럽지만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보겠냐’라는 마음으로 즐긴다. 가장 기억 남는 일은 코르티스를 만난 거였다. 요즘 젊은층이 많이 좋아한다. 평소 노래를 많이 듣고, 춤은 따라 추는 정도다. (댄스 챌린지를 했던 스노보드) (최)가온이는 (부끄러웠는지) 도망 다녔다고 하더라(웃음). 저는 대화도 많이 하고 재밌게 촬영했다.”

코르티스와 댄스챌린지를 펼친 쇼트트랙 김길리(가운데). 사진 코르티스 인스타그램


Q : -평소 쇼트트랙 외 관심사는.
A : “패션과 뷰티, 그 분야에 관심 많다. 저한테 맞는 스타일을 찾아서 입으려고 하는 편이다. (샤넬 광고도 찍었는데) 처음해보는 경험이다 보니 너무 재미있게 촬영했다.”


Q : -세계선수권도 마쳤는데 다음 계획은.
A : “빨리 어디 여행 가고 싶은데 (스케줄이) 중간중간에 있어서. 아직 여행 계획은 (못 잡았다). 가까운 해외로 나가고 싶다. (대회로 이탈리아, 캐나다를 다녀와) 비행기는 오래 못 탈 것 같다(웃음).”


Q : -세계선수권 기간 중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 챙겨봤고, KIA와 김도영 팬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KIA 홈경기 시구를 할 예정인데.
“캐나다에 있을 때 WBC 경기가 열려 시차가 맞았다. 앞서 도쿄에서 경기가 열릴 때도 챙겨 보면서 시차 적응을 했다. 이번에는 시구를 잘 던지고 싶다. 야구도 보러 다니고 싶어서 빨리 개막했으면 좋겠다.”
지난해 3월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길리가 시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Q : -앞서 7살 때 피겨스케이팅을 배울 뻔 했는데 쇼트트랙 수업을 받게 되면서 입문했는데.
A : “가끔 주변에 장난삼아 말하곤 한다. ‘만약 피겨스케이팅을 했다면 점프를 많이 뛰었을테니, 지금보다 키가 더 크지 않았을까’(웃음). 처음 쇼트트랙을 시작했을 때부터 트랙 안에서 활주하는 선수들 보면서, 나도 저렇게 타고 싶다고 생각했다. 피겨 생각은 없었다.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넘어갈 때 두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언니들이) 신기했고 뒤에서 타고 싶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쫓아갔다.”


Q : -천부적인 재능과 후천적 노력 중 어느 쪽에 가까울까.
A : “당연히 재능도 있겠지만 노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되는 종목이다. 항상 결승선에 골인할 때마다 느끼는 한끗 차이는 결국 노력이라는 거다. (기술, 체력, 멘탈 중 자신 있는 순서는) 체력이 첫 번째고, 그 다음이 기술이다. 멘탈은 그냥. 제가 별로 생각 안해봐서(웃음).”


Q : -얼마나 성장했다고 느끼나.
A : “옛날보다 강해진 것 같다. 경기운영 능력도 옛날보다 나아졌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이어 세계선수권 대회 2관왕인 쇼트트랙 김길리 선수가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Q : -2년 전 목표가 아시안게임, 올림픽, 세계선수권 메달이라고 밝혔는데, 모두 다 이뤘다. 다음 목표는.
A : “뭔가 매 시즌마다 목표를 세운다. 올해 목표를 생각을 안해봤는데, 그래도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목표를 세워 놓은 게 있으면, 그걸 깨기 위해 도전하는 마음이 재미있다. 스케이트 타는 게 재밌고, 목표를 이루면 더 재미있어지고,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


Q : -최민정이 보유한 대한민국 올림픽 최다 메달(7개)를 넘어설 유력한 선수로 손꼽힌다. 벌써 3개를 땄는데, 언제까지 뛰는게 목표일까.
A : “그런 생각보다는, 한 종목 한 종목에 집중하다 보니 메달과 결과가 계속 따라와 주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아직 올림픽) 혼성계주 메달이 없다. 혼성계주 메달 딸 때까지 일단 뛰겠다(웃음). 전 스케이트를 너무 재미있어해서, 할 수 있을 때까지 할 것 같다.”


Q : -궁극적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A : “제 종목에서 스케이트 선수로서 인정 받고 싶다. 항상 레이스로 더 많은 분들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드리고 싶다. 큰 힘이 됐다고 연락 주실 때마다 더 뿌듯하다.”



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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