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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매운맛 신라면, 해외에서 더 팔렸다 [월간중앙]

중앙일보

2026.03.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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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세계인에 스며드는 ‘메이드 인 코리아’

작년 해외 매출 1조원 돌파… 신제품 효과로 전년 대비 24% ‘껑충’
새 수출 전진기지 농심 구미공장, 밀려드는 주문에 24시간도 부족

농심 구미공장 전경. [사진 농심]
한국 라면의 대명사 신라면이 올해 출시 40주년을 맞았다. 농심이 1986년 10월 처음 선보인 신라면은 1991년 국내 라면 시장 1위에 오른 이후 여태껏 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제품은 삼양라면(1963~1986년), 안성탕면(1987~1990년), 신라면(1991~) 3종에 불과하다. 신라면은 매년 신제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30년 이상 1위를 유지한 라면이라는 점에서 한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식품 산업에서도 이례적으로 평가받는 제품이다.

신라면은 한국인을 넘어 세계인의 입맛도 사로잡았다.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판매되는 신라면은 2021년 브랜드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해외 법인 매출 및 수출액)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해외에서 더 많이 팔리는 라면이 된 셈이다.

농심에 따르면 지난해 신라면 브랜드 매출은 1조5400억원에 달한다. 국내 매출은 전년 대비 50억원 증가한 5250억원을 기록했다. 해외의 경우 전년보다 1950억원 증가한 1조15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해외 매출 1조원 벽을 처음 넘어섰다.

2021년 54%였던 신라면 해외 매출 비중은 이듬해 58%, 2023년 59%, 2024년 61%, 지난해 66%로 매년 커지고 있다. 농심은 2024년 출시한 ‘신라면 툼바’, 지난해 선보인 ‘신라면 김치볶음면’ 등의 브랜드 라인업을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농심의 수출 전진기지 역할은 부산공장이 맡고 있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생산법인에서 만든 제품을 캐나다, 유럽, 호주, 베트남, 일본 등에 위치한 판매법인을 통해 각국에 공급한다. 문제는 매년 증가하는 수출 물량이다. 부산공장을 풀가동해도 글로벌 물량을 채우지 못할 정도다. 농심은 이에 따라 부산 녹산공단에 수출 전용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신라면 해외 매출 비중 70% 육박

2019년부터는 농심의 국내 핵심 거점으로 꼽히는 구미공장도 수출용 제품 생산에 합류했다. 이 공장은 생산동만 4만2645㎡(1만2900평), 물류동까지 더하면 총 8만2645㎡(2만5000평) 규모에 달하는 국내 최대 라면 생산 단지다. 1991년 가동해 1999년 신공장으로 전환하면서 첨단 생산 설비를 모두 갖췄다. 현재는 600여 명의 임직원이 12개 생산 라인에서 총 37종의 라면 제품을 생산한다. 4개의 스낵 생산 라인도 지녔다.

농심 구미공장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신라면의 약 80%, 짜파게티의 약 90% 물량을 생산하는 곳이다. 밀려드는 해외용 물량 생산 주문 덕에 수출 실적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일본·호주·베트남·대만 수출용 신라면을 필두로 사리면과 스낵 일부 제품을 포함해 총 564억원의 수출 실적을 거뒀다.

김상훈 농심 구미공장 공장장(상무)이 신라면 생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농심]
지난 2월 24일 오전 농심의 새로운 수출 기지 역할을 수행하는 구미공장을 찾았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풀가동한다”는 공장답게 굴뚝에서 피어오르오는 수증기가 주변 하늘을 가득 덮을 태세였다. 입구를 거쳐 견학로로 향했다. 다른 현장 방문 때와 달리 위생복 등으로 갈아입지 않고도 간편하게 입장할 수 있어 좋았다.

김상훈 농심 구미공장 공장장(상무)은 “신라면 등이 탄생하는 과정을 궁금해하는 국내외 소비자나 학생 등이 생산 라인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도 창문을 통해 쉽게 둘러볼 수 있도록 공장 가동 초창기 때부터 원스톱 견학로를 조성했다”며 “덕분에 연평균 8000명 정도가 구미공장을 찾고 있고 최근에는 외국인 방문객도 크게 늘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구미공장 생산 라인에서는 신라면 제조가 한창이었다. 면발 제조 공정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소맥분과 배합수를 혼합해 반죽을 형성하는 배합 공정이 우선이다. 이 과정은 1개 기준 약 35분 정도인 면 생산 과정에서 가장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공정이다. 둘째 공정은 반죽을 압연해 면대를 만드는 롤링 과정이다.

이어 면대로 꼬불꼬불한 면 가닥을 만드는 절출 공정을 거친다. 농심에 따르면 이 절출 공정에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신라면의 경우 면을 흡입할 때 국물이 입속으로 같이 딸려 들어가야 하는 반면, 비빔면 형태인 짜파게티는 그럴 필요가 없어 제품마다 면가닥의 웨이브 숫자가 각기 다르다는 설명이다.



‘농심 심장’에서 K-라면 첨단기지로…

다음 과정은 꼬불꼬불한 면을 수증기를 통해 1차적으로 익히는 증숙 공정이다. 이어 증숙한 면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 납형(틀)에 담는 커팅 및 성형 공정이 계속된다. 이후 납형에 담긴 면을 섭씨 165도의 기름에 튀기는 유탕 공정이 뒤따른다. 이어서 유탕면을 섭씨 30도로 낮추는 냉각 공정을 또 거친다.

최종 단계는 별도 배합해 만든 분말 수프와 프레이크를 신라면 한 개 제품으로 밀봉하는 포장 공정이다. 포장 공정에서는 ‘글로벌 식품 기업을 위한 힘찬 비상, 고객과 함께 세계를 향해 나아갑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생산된 제품은 박스들이 포장을 거쳐 컨베이어벨트 등을 통해 물류동으로 이송된다.

김 공장장은 “구미공장은 이러한 모든 공정을 대부분 자동화한 데다 만일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중앙 관제실에서 한 번에 컨트롤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라면서 “향후 2~3년 안에 포장 공정에서 작업자들이 추가적으로 행하는 최종 육안 검수 작업도 인공지능(AI)으로 100% 대체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했다.

농심 구미공장은 AI 기술을 통해 포장 결함이나 중량 편차 등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있다. 농심이 업계 최초로 적용한 ‘사물인식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AI 프로그램을 카메라와 함께 생산라인에 설치해 수십만 장의 제품 사진을 데이터화한 뒤 인공신경망이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농심은 이 기술 수준을 더욱 확실하게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사람 업무가 줄면 일자리도 감소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스마트 팩토리라고 해도 사람이 로봇 등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며 “작업자가 굳이 생산 라인에 직접 들어가 지켜보고 있지 않아도 공장 내 어디에서든 기기 등을 오퍼레이팅하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되는 만큼, 노동의 질이 더욱 향상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프리미엄 제품으로 한국인 입맛도 가둔다

농심은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해 제품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물론, 세계 소비자들의 입맛을 반영한 제품 라인업 확대에도 공을 들인다는 방침이다. 농심이 2024년 출시한 신라면 툼바가 특유의 매콤 꾸덕한 맛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다. 신라면 툼바는 일본 유력 경제 전문지 닛케이 트렌디(Nikkei Trendy)가 발표한 ‘2025년 히트상품 베스트30’에 한국 라면 최초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농심 구미공장에서 수출용 신라면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 농심]
농심은 지난해 11월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출시하며 글로벌 소비자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다시 한번 드라이브를 걸었다. 농심에 따르면 신라면 김치볶음면은 약 2년간의 개발 과정 끝에 탄생했다. 매콤함과 달콤함의 조화를 뜻하는 스와이시(Swicy) 트렌드를 반영해 외국인에게 친숙한 단맛과 한국식 매콤달콤한 맛을 조화롭게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김치볶음면은 농심의 올해 글로벌 주력 제품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주요국에 수출하기 시작했다”며 “올해 70여 개국 진출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농심은 글로벌 마케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라면은 지난겨울 북미와 일본, 중국 설원을 차례로 찾아 존재감을 과시했다. 캐나다 퀘벡 윈터 카니발, 일본 삿포로 눈축제, 중국 하얼빈 빙등제까지, 이른바 ‘세계 3대 겨울축제’에 모두 참여한 것이다. 이들 축제는 해마다 적게는 50만 명에서 많게는 300만 명이 찾는 대형 축제다. 농심은 각국 축제장에서 ‘추위 속에서 즐기는 신라면의 매력’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농심은 지난해 신라면의 글로벌 브랜드 슬로건을 ‘Spicy Happiness In Noodles’로 정하고, 세계 소비자들과의 소통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신라면의 영문명 ‘SHIN’에서 따온 이 슬로건은 매운맛(Spicy)이 주는 활력과 한 그릇의 즐거움(Happiness), 그리고 국경을 넘어 함께하는 음식(In Noodles)으로서 세계인의 삶을 맛있게 채워나간다는 포부를 담았다. 아울러 농심은 수출용 신라면을 포함한 18종의 포장지에 ‘Korea No.1’이라는 문구를 새겨 한국 대표 라면의 정체성을 부각했다.

농심은 특히, 지난해 11월 신라면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K-팝 걸그룹 에스파(aespa)를 발탁하기도 했다. 세계적 팬덤의 에스파와 함께 신라면의 글로벌 슬로건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다. 신라면이 글로벌 앰배서더를 기용한 첫 사례로, 에스파는 K팝을 중심으로 신라면의 맛과 가치를 전 세계에 홍보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농심은 국내 소비자 입맛을 가두는 작업에도 본격 착수했다. 신라면 40주년을 맞아 지난 1월 출시한 프리미엄 제품 ‘신라면 골드’를 통해서다. 신라면 골드는 글로벌 라면시장의 주요 풍미인 닭고기 국물 맛을 신라면 고유의 한국적 매운맛과 결합한 제품이다. 닭고기를 우려낸 진하고 감칠맛 나는 육수에 강황과 큐민을 더해 닭육수와 어우러지는 독특한 향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농심에 따르면 신라면 골드는 출시 약 한 달 만에 1000만 봉 이상 팔려나갔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골드는 농심의 연구·개발 노하우를 집약해 맛의 ‘황금비율’을 추구한 제품”이라면서 “기존 신라면 마니아층은 물론 새롭고 고급스러운 맛을 찾는 소비자들까지 동시에 사로잡으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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