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대전 자동차 부품공장 화재로 11명의 직원이 숨진 가운데 이들이 발견된 휴게공간(헬스장)은 회사 측이 불법으로 만든 공간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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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대장에 없는 시설…2014년 증축 때 불법 조성
대전대덕소방서와 대덕구는 21일 오후 1시40분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직원이 다수 숨진 2~3층 사이 공간은 휴게실과 헬스장 등으로 사용했던 장소인데 도면과 대장에 없는 허가를 받지 않은 시설”이라고 밝혔다. 불이 난 대전 대덕구 문평동의 공장은 본관과 별관(동관)으로 구성됐으며 본관은 1996년, 별관은 2010년 신축했다. 소방당국은 불이 별관 1층에서 시작해 2~3층으로 확산한 것으로 추정했다. 별관은 애초 1층으로 건축됐지만 2014년 2층에 공장, 3층과 4층에 주차장을 증축했다. 4층은 지붕이 없는 구조의 옥외주차장이다.
별관은 공장 특성상 층고가 5.5m에 달한다. 자동차를 이용해 1층에서 2~4층으로 올라가는 공간 아래에는 비스듬한 여백의 공간이 생기는 데 소방과 대덕구청은 공장 측이 이곳에 불법으로 복층 구조의 헬스장과 휴게공간을 마련한 것으로 추정했다. 대덕구청은 해당 공간의 면적을 100평(330㎡) 정도로 파악했다. 공장 직원들은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운동했다고 한다.
대전 대덕구청 박경하 주택경관과장(엣 건축과장)은 “대장을 검토한 결과 헬스장과 휴게공간은 없는 공간으로 확인됐다”며 “2~4층 증축 과정에서 계단 창(경사면에 생기는 공간)에 필요한 공간을 만든 것인데 모두 불법”이라고 말했다.
화재 초기 20여 명이 구조를 기다리거나 창문에서 추락한 곳도 불법으로 만든 헬스장과 휴게공간이었다. 당시 점심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직원들은 갑자기 확산한 불을 피하기 위해 창문 쪽으로 피했다가 일부는 구조되고 일부는 대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실제로 20일 밤 처음으로 수습된 사망자와 21일 새벽 9명의 사망자가 발견된 곳이 모두 헬스장과 휴게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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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자 많은 3층, 공간 좁아 에어매트 설치 못 해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가 3층에 매달린 직원을 구조하기 위해 에어매트 설치를 시도했지만, 창문 쪽은 공간이 좁은 데다 지상에 화단이 설치돼 에어매트 대신 스티로폼을 깔았다고 한다. 구조를 기다리던 직원들이 스티로폼 위로 떨어지면서 골절상과 타박상 등을 당했다.
남득우 대전대덕소방서장은 “해당 공간은 정면에서 바라보면 창문이 없이 막혀 있고 왼편으로는 여러 개의 창문이 설치된 구조”라며 “정면이 막힌 상태에서 측면의 창문으로 탈출하다 다친 직원이 16명 정도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대덕구청 박경하 과장은 “해당 공장은 개인 건축물로 관공서에서 점검하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공장 증축과정에서도 인허가는 구청 직원이 직접 나오는 게 아니라 건축사가 확인하고 감리도 진행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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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발화지점 별관 1층…계단 타고 2~3층 확산
소방당국은 최초 발화지점을 별관 1층으로 추정했다. 소방당국은 20일 오후 1시17분 “2~3층에서 검은 연기가 많이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4분 만인 1시21분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 측은 1층에서 발화한 불이 계단을 타고 2~3층으로 확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득우 대덕소방서장은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을 깎을 때 사용하는 절삭유가 많고 현장에 기름때가 많이 묻어 있는 상태에서 불이 나면서 급속도로 확산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집진 설비와 배관에 슬러지(찌꺼기) 등이 많아 불이 커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소방과 경찰은 연락이 두절된 직원 3명의 소재를 확인하기 위해 인명 구조견과 로봇까지 투입했다. 구조견은 무너진 주차장 공간에서 사람이 있는 것에 반응했다고 한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부터 붕괴한 별관 뒷부분 주차장을 중장비로 걷어내고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