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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짜리 SUV' 끝판왕…손맛 찰진 벤츠냐, 반전 매력 렉서스냐

중앙일보

2026.03.21 13:00 2026.03.2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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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車대車13 메르세데스-벤츠 GLS 580 vs 렉서스 LX 700h

이번에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기함 SUV 대결이다. 주인공은 메르세데스-벤츠 GLS 580 4매틱 AMG 라인과 렉서스 LX 700h VIP. 북미 시장에 초점 맞춘 ‘프리미엄 풀 사이즈 SUV’다. 5m 넘는 길이와 2m 안팎의 너비, 2억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뽐낸다. ‘가성비’와 상관없을 듯싶은데, 의외로 성능과 장비 경쟁이 치열하다. 존재감과 상징성 때문이다. 글= 김기범 로드테스트 편집장([email protected]), 영상·사진 김규용·김주현 로드테스트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GLS 580(왼쪽)과 렉서스 LS 700h.

역사는 렉서스 LX가 앞선다. 1996년 1월 북미에서 팔기 시작한 LX 450이 시초다. 렉서스 최초의 SUV이자 도요타 6세대 랜드크루저의 이란성 쌍둥이였다. 데뷔 2년 만인 1998년 2세대로 진화했다. 랜드크루저의 생애주기와 맞물린 결과다. 이후 호흡이 길어졌다. 3세대는 2008년, 4세대는 2021년 나왔다. 현재 모델은 2024년 업데이트 거친 4.5세대다.

 렉서스 LS 700h 뒷좌석.

국내에는 지난해 풀 하이브리드인 LX 700h만 출시했다. 대신 시트 구성과 옵션에 따라 트림을 나눴다. 험로 성능에 초점 맞춘 5인승 오버트레일, 1~3열 좌석에 최대 7명 태울 수 있는 럭셔리, 독립식 뒷좌석 갖춰 의전용 성격 짙은 4인승인 VIP의 세 가지다. 이번 비교 시승엔 최상위 트림인 VIP(이후 LX 700h)가 참여했다. 가격은 1억9467만원이다.

메르세데스-벤츠 GLS의 전신은 GL이다. 2006년 북미국제오토쇼를 통해 처음 데뷔했다. 이후 2012년 2세대로 거듭났다. 2016년 부분 변경을 거치면서 지금의 GLS로 개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새로운 이름 체계에 발맞춘 결과다. 이번 비교에 나선 모델은 2019년 데뷔해 2023년 외모를 다듬은 3.5세대. 어느덧 데뷔 8년차로 기대 수명을 거의 채웠다.

 메르세데스-벤츠 GLS 580 뒷좌석.

국내에서 판매 중인 메르세데스-벤츠 GLS는 3열 좌석 갖춘 7인승으로, 엔진에 따라 450과 450d, 580의 세 가지로 나뉜다. 그밖에 메르세데스-AMG의 GLS 63, 메르세데스-마이바흐의 GLS 600까지 총 7가지 모델 중 고를 수 있다. 이번 비교엔 메르세데스-벤츠 GLS 580 4매틱 AMG라인(이후 GLS 580)이 참가했다. 가격은 1억9200만 원이다.



더 큰데 동글동글 벤츠, 위압적인 외모의 렉서스


GLS와 LX를 나란히 세워 놓고 보면,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게 된다. 화끈한 덩치 때문이다. GLS 580이 좀 더 크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5210, 2030, 1840㎜, 휠베이스는 3135㎜. LX 700h보다 길이는 115㎜, 너비는 40㎜, 휠베이스는 285㎜나 더 넉넉하다. 그런데 정작 첫인상은 보닛과 지붕이 더 높직한 LX가 좀 더 위압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 GLS 580.

생김새도 한 몫 거든 결과다. 동글동글 귀여운 GLS의 외모엔 올해 초 은퇴를 선언한 고든 바그너 디자인 총괄 부사장의 취향이 묻어난다. 2008년 그는 입사 10여년 만에 39세의 나이로 디자인 수장에 올랐다. 이후 그는 ‘감각적(관능적) 순수미(Sensual Purity)’를 테마로 벤츠 전 차종의 안팎 디자인을 다듬었다. 조약돌처럼 매끈한 표면 처리가 특징이었다.

아울러 그는 브랜드 디자인의 정체성 확립에 초점 맞췄다. 그 결과 정상의 GLS부터 GLE와 GLC, GLB, GLA 순서로 내려오는 SUV 차급별 외모의 공통분모가 크다. 게다가 호화 브랜드 메르세데스-마이바흐에도 거의 같은 외모의 GLS가 있다. 심지어 가격은 1억 원 더 비싸다. 따라서 벤츠 SUV의 꼭짓점으로서 GLS의 차별성과 상징성은 다소 아쉽다.

 렉서스 LS 700h.

LX는 정반대다. 렉서스의 모노코크 기반 나머지 SUV와 유전적으로 동떨어져 있다. GX와 더불어 사다리꼴 프레임을 고집한 까닭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UV 가운데 나 홀로 프레임 골격을 품은 G클래스와 비슷한 경우다. 디자인 또한 LX는 동생뻘인 RX와 GX, TX, NX, UX 등과 확연히 다르다. 따라서 렉서스 최고의 SUV로서 존재감이 탁월하다.


외형 벤츠 GLS 580 4매틱 렉서스 LX 700h VIP
길이(㎜) 5210(+115) 5095
너비(㎜) 2030(+40) 1990
높이(㎜) 1840 1885(+45)
휠베이스(㎜) 3135(+285) 2850
승차정원(명) 7(+3) 4
트렁크(L) 355~2400(+628) 877(+522)~1772



4L 8기통 엔진+마일드 하이브리드, 끝판왕 벤츠


이 체급 SUV의 덩치만 보면 미니밴 뺨치게 승객 삼킬 듯싶은데 실상은 다르다. ‘풀 사이즈’가 전반적 축적을 아우른 개념인 까닭이다. 시트와 기둥, 센터 콘솔 등 각 요소도 큼직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GLS의 3열 좌석이 키 194㎝의 승객까지 소화한다고 주장하는데, 다소 과장의 여지는 있다. 성인이 오랫동안 앉아도 불편하지 않은 여유로 받아들일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GLS 580.

하물며 LX 700h VIP는 오직 4명을 위한 구성. 하지만 거실 안마 의자만 한 뒷좌석을 갖춰 광활한 느낌까진 주지 못한다. 뒷좌석 편의성은 LX가 독보적이다. 앞좌석을 앞으로 밀어내 두 발 쭉 뻗고 등받이를 48도까지 눕힐 수 있다. 교황 전용차 뒷좌석에 탄 기분이다. 열선과 통풍, 마사지까지 기본이다. 손수 운전하면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 들 정도다.

두 대의 실내를 관통하는 테마는 디지털화. 그런데 구현하는 방식은 다르다. GLS는 간결하고 단정하다. 계기판과 중앙 정보창 각각 12.3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를 나란히 이었다. 공조장치를 비롯한 물리 버튼은 최소화했다. 좌우 앞좌석 등받이엔 각각 11.6인치 터치스크린을 달고, 뒷좌석 팔걸이엔 탈착식 7인치 안드로이드 태블릿까지 넣었다.

 렉서스 LS 700h.

LX는 각각 12.3인치의 풀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의 터치 정보창, 7인치 유틸리티 디스플레이까지 3개나 심었다. 물리 버튼도 많다. 하이테크를 과시하고픈 욕망이 넘실댄다. 앞좌석 등받이의 11.6인치는 물론 뒷좌석 팔걸이에도 디스플레이를 심었다. 트렁크 공간은 GLS가 한 수 위다. 3열 세웠을 때 355L를 기본으로, 모두 접으면 2400L로 늘어난다.

풀 사이즈 SUV의 본고장, 북미에서 V8 엔진 사랑은 유별나다. 넉넉한 파워는 물론 중독성 짙은 고동감과 사운드 때문. 그런 면에서 GLS 580의 심장은 전형적이다. V8 4.0L 가솔린 트윈 터보로, 최고출력 517마력, 최대토크 74.4㎏·m를 뿜는다. 메르세데스-AMG는 물론 기술 제휴 관계인 애스턴마틴의 여러 고성능 차종과 합을 이뤄 검증 마친 명기다.

 메르세데스-벤츠 GLS 580(왼쪽)과 렉서스 LS 700h.

여기에 48V 전압과 강력한 시동 모터 곁들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다독였다. 여기에 메르세데스-벤츠 고유의 9단 자동변속기와 사륜구동 시스템 ‘4매틱’을 어울렸다. GLS 580은 단지 브랜드에서 가장 큰 SUV를 넘어 메르세데스-벤츠가 한 세기 넘게 갈고 닦은 엔진을 비롯한 기계 기술을 총망라한 소위 ‘끝판왕’인 셈이다.

LX 700h 또한 렉서스 기술의 특이점이다. 제한적 조건에서 전기 모터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풀 하이브리드 SUV다. V6 3.5L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 사이에 원반형 전기 모터 품은 병렬식이다. 행성 기어 조합으로 변속기 대신하는 직병렬식 하이브리드의 토크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선택이다. 효율보다 성능에 더 초점 맞춘 방식이다.

 렉서스 LS 700h(왼쪽)와 메르세데스-벤츠 GLS 580.

앞뒤 구동력을 50:50으로 고정할 차동제한 장치(디퍼런셜 록)도 전 트림 기본. 오버트레일 트림은 앞뒤 차축의 좌우 구동력마저 반반으로 고정할 수 있다. ‘멀티 터레인 셀렉트(MTS)’도 갖췄다. 6가지 지형 중 하나를 고르거나 ‘오토’ 모드로 두면 알아서 준비하고 실행한다. 그 결과 구동력과 제동력, 차고 조절과 변속을 조율한 ‘오마카세’ 세팅을 대령한다.

파워트레인 벤츠 GLS 580 4매틱 렉서스 LX 700h VIP
엔진 V8(+2) 가솔린 트윈 터보 V6 가솔린 트윈 터보+전기 모터
배기량 3982㏄(+537) 3445㏄
최고출력(마력) 517(+53)/5500rpm 464/5200rpm
최대토크(㎏·m) 74.4(+8.1)/2250~4500rpm 66.3/2000~3600rpm
복합 연비(㎞/L) 6.5 8.0(+2.0)
공차중량(㎏) 2650(-175) 2825
변속기 자동 9단 자동 10단(+1)
0→100㎞/h(초) 4.9(-1.6) 6.5



렉서스, 보수적 아날로그와 화려한 디지털의 조화


각 브랜드 최고의 기술을 집대성한 꼭짓점이지만, 둘의 주행 감각은 판이하다. 힘은 175㎏ 더 가벼우면서도 53마력, 8.1㎏·m 더 강력한 GLS 580이 한층 우월하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덩치와 무게를 잊을 만큼 저돌적으로 튀어 나간다. 길이 5.4m 넘는 거구로 0→시속 100㎞ 가속을 4.9초에 마치는 추진력은 매 순간 짜릿하고 통쾌하다.

 메르세데스-벤츠 GLS 580.

승용차 기반의 모노코크 플랫폼이어서 조작에 따른 반응이 즉각적이고 움직임도 자연스럽다. 여기에 48V 고전압 기반의 전자제어식 에어 서스펜션을 더해 여정의 끝이 아쉬울 만큼 풍요로운 승차감을 자랑한다. 이 같은 장점이 어울려 기대도 안 했던 운전 재미를 선물처럼 안겨준다. 다만, 너무 낮은 편평비의 타이어가 간혹 요철의 충격을 적나라하게 전했다.

LX 700h도 황홀한 승차감과 주행 질감을 보여준다. 과정은 조금 다른데, 타이어와 차체 사이에 완충지대를 품은 느낌이다. 실제로도 LX는 사다리꼴 프레임에 차체를 얹은 방식. 그 결과 충격과 뒤틀림을 감쪽같이 흡수해 구름 위를 떠가는 듯한 안락감만 전한다. 대신 조종성엔 반 박자 시간 차이가 존재하는데, 익숙해지고 나면 이 또한 색다른 매력이다.
렉서스 LS 700h.

GLS 580보다 상대적으로 겸손할 뿐 LX 700h의 성능도 만만치 않다. 시스템 총 출력 464마력과 최대토크 66.3㎏·m로, 2,825㎏의 덩치를 단 6.5초 만에 시속 100㎞까지 밀어붙인다. 프레임 보디 특유의 출렁임 때문에 LX 700h의 성능은 수치 이상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기민한 움직임은 기대할 수 없지만, 통쾌한 박력으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린다.

GLS 580과 LX 700h의 가격 차이는 267만원. 메르세데스-벤츠 GLS 580 4매틱 AMG 라인이 1억9200만원, 렉서스 LX 700h VIP가 1억9467만 원으로, 2억 원에 육박하는 가격대 고려하면 선택을 좌우할 차이까진 아니다. 물론 GLS와 같은 3열 7인승 구성의 LX 700h 럭셔리는 1억6807만 원으로, 가격 차이가 2660만 원까지 벌어진다.

 메르세데스-벤츠 GLS 580.

벤츠 GLS는 상품성 자체도 훌륭하지만, 140년 브랜드 역사의 후광이 매력적이다. 어딜 가든 시선을 사로잡는 속칭 ‘하차감’이 강점이다. 게다가 운전하는 손맛도 찰지다. 기교를 절제한 실내는 은은하게 고급스럽다. 또한, 다른 차급과 장르의 메르세데스-벤츠 차종과 운전 감각도 비슷하다. 고향에 돌아온 듯 편안한 마음으로, 다양한 이동을 소화할 수 있다.

렉서스 LX 700h는 뼛속까지 별미다. 얼개와 기술 모두 궁극을 꾀했다. 이를테면 전통적인 프레임 차체와 기계식 구동장치에 최신 섀시 제어 기술을 버무렸다. 보수적인 아날로그와 화려한 디지털을 과감히 뒤섞었다. 디스플레이도 많지만, 스위치 또한 자글자글하다. 아스팔트에선 다소 뒤뚱거리지만, 험로에서는 겅중겅중 뛰어다닌다. 반전의 연속이다.

렉서스 LS 700h.

이번 비교 시승은 그야말로 냉탕과 온탕 오가는 경험이었다. 브랜드 가치를 중요시하고 자연스러운 운전 감각을 좇는다면, 메르세데스-벤츠 GLS 580이 안성맞춤이다. 희소성과 전천후 성능을 원한다면, 렉서스 LX 700h가 정답이다. 부담스러운 VIP 뒷좌석을 포기하면 진입 문턱도 훨씬 더 낮다. 둘의 성향이 너무 달라서 선택은 오히려 쉽다.

 메르세데스-벤츠 GLS 580(왼쪽)과 렉서스 LS 700h.



김창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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