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제가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배우 공유가 단 한자리의 빈자리 없이 꽉 찬 관객석이 당황스러운 듯 놀란 표정으로 인사말을 건넸다.
"자주 와야겠다"는 말이 통역된 순간, 관객석에서는 큰 박수와 함께 "브라보!"가 터져 나왔다.
영화제를 준비한 장은영 공동집행위원장은 "피렌체 한국영화제가 올해로 24년째인데 이런 인기는 처음이라 당황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렌체 라꼼빠니아 극장에서 열린 배우 공유 마스터클래스 행사는 예매 시작 3분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현지에서 입소문을 탄 '부산행'도 영화제 시작 전 이미 표가 동이 났다.
관객들은 행사 당일 새벽 6시 반부터 극장 앞에 줄을 섰다. 이른바 '1열 직관'을 노린 광팬들이다.
한 자릿수 대기 번호를 손등에 찍은 관객들은 연신 번호를 자랑하며 즐거워했다. 팬 중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여성들도 많았다.
한국 영화 광팬이라고 자처한 이만 세라도우니는 "최근 1∼2년 사이 특히 한국 콘텐츠 인기가 커진 것 같다"며 "드라마 '도깨비'를 보고 한국어를 공부하는 중년 여성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표를 예매하지 못했지만 행여나 '공유를 마주칠 수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극장 앞을 떠나지 못한 팬들도 눈에 띄었다. 이 중에는 이날 행사만을 위해 미국과 프랑스에서 달려온 팬들도 있었다.
미국 뉴저지에서 왔다는 아자 카왈스카는 "표를 구하지 못해 일단 기다리는 중"이라며 "커피프린스, 도깨비, 도가니까지 공유가 출연한 작품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팬들 중 일부는 직접 준비한 선물을 들고 극장을 찾았다. 한 팬은 공유 사진을 모아 직접 만든 대형 플래카드를 펼쳐 보였다. 한글로 직접 "사랑해요"라고 쓴 손팻말을 든 팬도 있었다.
관객들은 공유가 출연한 작품 중 특히 커피프린스와 도깨비, 부산행에 큰 관심을 보였다.
공유는 무대 행사 중 관객들을 향해 "커피프린스는 20년 전 드라마인데 정서적으로 어색함이 없었나", "도깨비가 재미있었나" 등 질문을 잇달아 던졌고 관객들은 이탈리아어로 "너무 좋았다"고 화답했다.
공유는 '도가니', '82년생 김지영', '오징어게임' 등 한국 사회의 현실을 담은 작품에 대한 고민과 제작 과정도 구체적으로 털어놨고 관객들은 박수를 건네며 그를 응원했다. 관객과의 대화는 1시간 넘게 계속됐다.
피렌체시는 이날 행사에 참석한 공유에게 지역 문화 발전 공로상을 수여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올해로 24회를 맞은 피렌체 한국영화제는 파리·런던·토론토 등 전 세계에 한국 영화제 붐을 만들어낸 글로벌 한국 영화축제의 '효시'로 평가받는다. 정부 주도 행사가 아닌 민간이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이끄는 영화제라는 점도 다른 해외 K콘텐츠 행사와 다른 점이다. 그동안 영화제를 통해 2천 편 넘는 한국 영화가 소개됐고 피렌체를 찾은 영화인도 100명을 훌쩍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