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부상으로 시즌 초반 고전했던 임성재가 PGA 투어 발스파 챔피언십(총상금 910만 달러)에서 '완벽한 부활'을 선언했다. 악명 높은 난코스 '뱀 구덩이'를 이겨내고 3일 연속 리더보드 정상을 지키며 통산 3승 고지까지 단 한 라운드를 남겨뒀다.
임성재는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 하버 인니스브룩 리조트 앤 골프클럽 코퍼헤드 코스(파71)에서 열린 3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2개로 2언더파 69타를 쳤다.
중간 합계 11언더파 202타. 9언더파 공동 2위 브랜트 스니데커와 데이비드 립스키를 2타 차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를 굳게 지켰다. 1라운드부터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도 눈앞에 뒀다.
이번 대회 전까지 임성재의 시즌은 가시밭길이었다. 사회봉사 활동 중 불의의 손목 부상을 당해 경기를 쉬었고, 복귀 후 첫 두 대회에서는 연달아 컷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세 번째 대회인 발스파 챔피언십에서 그는 보란 듯이 1라운드 7언더파 폭발을 터뜨리며 3일 내내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부활을 알렸다.
이날 전반은 완벽에 가까웠다. 버디만 3개를 낚으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그러나 후반 들어 단단해진 그린과 바람에 고전하며 12번 홀(파4)과 13번 홀(파3)에서 연속 보기를 범해 잠시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 '스네이크 피트' 위기를 버디로 버텨낸 위기관리
승부처는 이 코스 최고 난코스인 16~18번 홀, 이른바 '스네이크 피트(Snake Pit·뱀 구덩이)'였다.
가장 큰 위기는 16번 홀(파4)에서 왔다. 티샷이 왼쪽으로 휘며 나무를 맞고 숲속 카트길 옆에 멈춰 섰다. 드롭하면 오히려 더 나쁜 라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임성재는 카트길 위에서 그대로 샷을 강행했다. 볼을 그린 주변으로 보낸 뒤 침착하게 파로 막아냈다. 위기를 넘긴 그는 18번 홀(파4)에서 버디를 낚아채며 '뱀 구덩이' 구간에서 오히려 1타를 줄이는 저력을 과시했다. 2타 차 단독 선두로 3라운드를 마쳤다.
임성재가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면 2021년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이후 약 4년 5개월 만의 PGA 투어 통산 3
승째다.
임성재는 3라운드 종료 후 인터뷰에서 “복귀 후 첫 2주간 스윙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볼 컨트롤에서 아쉬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난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컷 탈락 이후 주말 내내 연습에 매진했는데, 그때 감이 조금씩 돌아온 것 같다”며 반등의 비결을 밝혔다.
특히 마지막 홀(18번 홀) 버디가 결정적이었다. 임성재는 “한 타 차와 두 타 차는 심리적으로 엄청나게 큰 차이”라며 “마지막 홀의 어려운 퍼트를 성공시키며 2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하게 된 것이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챔피언 조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게 된 그는 “선두로 마지막 날을 맞이하는 게 참 오랜만이라 긴장도 되지만, 다른 것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내가 해야 할 플레이에만 집중하며 경기를 마무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 선수들이 동반 선전했다. 김성현은 3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중간 합계 6언더파 공동 6위로 뛰어올랐다. 김주형은 2타를 보태 5언더파 공동 8위다. 장타자 마르코 펜지와 맷 피츠패트릭은 8언더파 공동 4위로 최종 라운드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