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고개를 숙였다. (이하 경칭 생략) 그리해야 마땅했다. 2022년 10월 29일의 그 처참했던 비극에 대해 국민에게 최소한이나마 사죄하려면 이상민의 퇴진은 필수였다.
‘이태원 참사’로 불린 그 사건은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거리로 나온 인파가 좁은 병목 구간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압사한, 대형 참사였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그 후진국형 참사로 무려 159명이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 19 기간 집안에만 갇혀 있던 이들이 그 유행병의 종막과 함께 대거 거리로 몰려나올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그러나 그들을 관리했어야 할 경찰은 안이했다. 사고가 발생한 그 좁은 골목을 폐쇄하고 사람들을 대로로만 통행하게 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경찰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 경찰을 관장하던 행안부 장관이 이상민이었다. 제아무리 윤석열 대통령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충암고 4년 후배라 하더라도 자리보전은 언감생심이었다.
‘이태원 참사’를 좌파 언론이?...이해 못할 음모론
이상민에게도 사의를 표명할 정도의 정무 감각은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반응은 천만뜻밖이었다. 두 사람과 모두 가까운 충암고 출신 인사 A가 이상민의 가족으로부터 직접 들었다는 말을 전했다.
" 이상민이 이태원 참사 때 사표를 내겠다고 했대. 그런데 윤석열이 소리를 지르면서 ‘너한테 무슨 잘못이 있어? 이게 네가 책임져야 할 일이야? 왜 네가 사표를 내?’라고 쏘아붙였대. "
A가 말을 이었다.
" 그러면서 ‘(비판 여론에)밀리면 안 돼. 밀리지 마!’라고 소리소리 질렀다는 거야. 그래서 이상민이 더 설득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 나왔대. "
사실 그건 비밀도 아니었다. 참사 발생 후 열흘째 되던 날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윤석열은 경찰을 강하게 질책하면서도 이상민을 노골적으로 감쌌다. 그때 윤석열이 한 말이 이른바 ‘딱딱 발언’이다.
"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책임이)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
언론이 맹폭한 건 당연했다.
시민 159명이 목숨을 잃은 대참사가 일어난 지 40일이 넘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고 물러난 인사가 없다.(중앙일보 사설)
내가 아는 상당히 보수적인 지인들도 대통령이 왜 그토록 ‘이상민 보호’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도대체 행안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와 무슨 인과관계가 있어서 자르냐’고 생각한다면 아직 정치를 잘 모르는 것이다. 대통령을 자를 수 없으니 장관을 자르는 거다.(동아일보 박제균 칼럼)
위의 칼럼 내용대로 윤석열은 도대체 왜 그토록 이상민 보호에 집착했을까. 이와 관련해 그 밑바탕에 언론에 대한 반감, 그리고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비상식적 음모론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