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점자로 채운 17시간 필버…김예지 “국정조사, 사법영역 침해 우려”

중앙일보

2026.03.21 19:49 2026.03.21 21:2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3월 임시국회 2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에 대해 반대 취지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윤석열 정권 시절 검찰의 이른바 조작기소 의혹에 관한 국정조사’ 계획서의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약 17시간 35분간 점자 자료를 활용해 이어간 뒤 연단에서 내려왔다.

김 의원은 전날 오후 4시 42분쯤 국정조사 계획서 채택안 상정 직후 첫 주자로 나서 “이번 국정조사는 제도적 독립성 강화 대신 국회라는 정치권력이 사법적 판단 영역까지 확장하려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시각장애가 있는 김 의원은 “저는 주로 촉각이나 청각으로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며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뚜렷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말의 온도, 공기의 긴장, 지금 앞에서 다른 말씀 하시는 의원님들의 소리,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진심과 책임의 무게 같은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 오기 전에 저는 정치라는 것을 하나의 분명한 형상으로 그려본 적이 있다”며 “흔들리지 않고 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든든한 소나무처럼 어떤 상황에도 푸른색을 잃지 않는 존재일 것이라고 생각했었고 그래야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6년 동안 정치를 아주 가까이에서 경험하면서 느낀 것은 좀 달랐다”며 “정치의 모습은 고정된 현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리고 때로는 방향을 잃은 채 변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순간에는 분명했던 기준이 흐려지고 또 본질보다 다른 것들이 앞서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가 지켜야 할 원칙과 책임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보게 됐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정치는 헌법의 경계를 보아야 하고 또 권력의 한계를 보아야 하며 무엇보다 그 결정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것”이라며 “원칙보다 유불리를, 제도보다 진영을, 국민의 삶보다 정치적 효과를 앞세우는 모습이 반복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일을 언급하며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표결에 참여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며 “계엄은 위헌·위법이라는 사실을 저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민들이 이미 몸으로 느끼고 계셨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 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이 사안들이 과연 정당한지는 여전히 물어보아야 한다”며 “할 수 있다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엄격히 구분할 때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논의되는 이 국정조사 요구는 단순한 정치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단상에 서면서 우리 민주주의가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권력 분립의 금도가 흔들리는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며 “실질을 들여다보면 국가의 사법 시스템을 정치의 영향력 아래 두고 다수 의석을 기반으로 개별 수사 과정까지 정치적 기준을 투영하려는 매우 위험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는 소망한다. 검찰의 칼날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정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다수의 폭력이 더 무서운 세상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18분쯤 발언을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왔다. 당초 24시간 발언을 예고했으나 이를 채우지는 못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악법들로 가장 큰 피해볼 사회적 약자”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장외에서도 지지 발언이 이어졌다.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김 의원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민주당 정권의 사법시스템 파괴에 대해 저를 포함한 그 어떤 법률전문가보다도 더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의 필리버스터로 악법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악법들로 가장 큰 피해를 볼 사회적 약자의 분노와 결기의 목소리를 선명한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며 “우리는 보수를 재건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한 다음 이 악법들을 되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한지아 의원도 페이스북에 “필리버스터를 통해 공소취소 국정조사의 위법성과 그 문제가 무엇인지, 그 본질을 온몸으로 말씀하고 계신다”며 “대통령 개인의 사법 문제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멈추고, 민생 문제에 집중해 달라는 말씀을 해주시기를 요청한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전대미문 헌정 오점 될 것”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번 국정조사의 실체는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 취소를 정당화하기 위한 정치적 빌드업”이라며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입법 권력으로 지우려 하는 이 시도는 대한민국을 ‘입법 독재 국가’로 전락시키는 전대미문의 헌정 오점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국정감사가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를 들며 “국회가 한 사람을 위해 진행 중인 재판과 수사에 개입하는 것은 정상적인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이 대통령은 이제라도 사법질서 훼손 행위를 멈추라”며 “아무리 과거를 덮으려 해도 있었던 진실은 지울 수 없으며, 국민이 끝까지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위한 법안이 전날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대해서도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국민을 위한 개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수사와 기소의 과도한 분리는 범죄 대응을 약화할 수 있고, 검사의 독립성과 신분 보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며 “중수청이 중대범죄 수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안전부 장관의 중수청 지휘·감독 구조는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피하기 어렵다”며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를 뒤흔든 이번 입법의 후과는 결국 국민이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에 대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시작되자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한영혜([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