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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최악 홍수, 120년 된 댐 붕괴 위기…주민 5500명 대피

중앙일보

2026.03.21 21:02 2026.03.2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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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오아후섬 할레이바에서 폭우로 홍수가 발생하자 주민들이 불도저를 이용해 대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하와이가 기록적인 폭우로 20년 만의 최악의 홍수를 겪으면서 주민 수천 명이 긴급 대피했다. 특히 120년 된 노후 댐이 붕괴 위기에 놓였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당국이 비상 대응에 나섰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오아후섬에는 평소 2~3개월 치에 해당하는 폭우가 하루 사이 집중됐다. 앞서 겨울 폭풍으로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이미 포화 상태였던 탓에 하천이 범람하고 저지대가 빠르게 침수되면서 피해가 커졌다.

세계적 서핑 명소인 오아후섬 노스쇼어 일대는 흙탕물로 뒤덮였다. 거센 급류에 주택과 차량이 떠내려갔고 일부 지역은 접근이 어려울 정도로 물에 잠겼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할레이바지역이 폭우로 도로가 침수돼 있다. AP=연합뉴스
오아후 비상관리당국은 섬 중부에 위치한 와히아와 댐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며 인근 주민 약 5500명에게 즉시 대피령을 내렸다. 당국은 “댐이 언제든 붕괴하거나 둑이 무너질 수 있다”고 밝혔다.

1906년 건설된 와히아와 댐은 1921년 한 차례 붕괴 이후 재건된 시설이다. 이후에도 안전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하와이 주정부는 2009년 이후 네 차례 시정 명령을 내렸고, 5년 전에는 관리 소홀을 이유로 소유주인 돌 푸드 컴퍼니에 벌금을 부과했다.

댐 수위는 24시간 만에 급격히 상승해 최대 허용치에 근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수위가 다소 낮아졌지만 주말 사이 추가 강우 예보가 이어지면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폭우로 오아후섬 북부 해안 지역은 특히 큰 피해를 입었다. 도로와 차량, 주택이 침수되거나 급류에 휩쓸렸고 일부 지역은 사실상 고립 상태에 놓였다.

구조 당국은 현재까지 최소 200~230명을 구조했으며 헬기와 보트를 동원한 수색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봄방학 캠프에 참가했던 어린이와 성인 70여 명도 한때 고립됐다가 공중 구조로 탈출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할레이바지역이 폭우로 도로가 침수돼 있다. AP=연합뉴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이번 홍수는 지난 20년 사이 하와이에서 발생한 홍수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며 “공항·학교·도로·주택과 병원 피해 등을 포함한 전체 피해액이 10억 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백악관과 협의해 연방정부 지원을 약속받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일부 주민은 저체온증 증세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국은 하와이 전역에 홍수 경보를 발령하고 추가 폭우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2주간 이어진 폭우의 원인으로 ‘코나 로우(Kona Low)’라 불리는 겨울철 저기압을 지목했다. 남쪽 또는 남서쪽에서 다량의 수증기를 동반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단기간에 많은 비를 뿌리는 기압계다. 기후 전문가들은 인간 활동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하와이 지역의 집중호우 강도와 빈도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한다.

주민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오아후섬와이알루아 지역 농부는 가축을 돌보기 위해 대피하지 않았다가 가족들과 함께 가슴 높이까지 차오른 물속을 헤치며 반려견들을 구조했다며 “물이 너무 많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재난당국은 “일부 지역에서 물이 빠지고 있지만 지반이 이미 물을 머금은 상태라 적은 비에도 수위가 다시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며 “맑은 날씨에도 방심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배재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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