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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김예지 ‘17시간 점자 필리버스터’…“법치는 약자들의 안전망”

중앙일보

2026.03.2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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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의원이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과 관련한 무제한 토론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점자를 읽어가며 17시간 35분 간의 밤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마쳤다. 김 의원이 단상에서 내려오자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도 박수를 보냈다.

김 의원은 전날 오후 4시 42분부터 이날 오전 10시 18분까지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번 국정조사는 대장동 및 위례 신도시 개발비리의혹,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금품 수수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 7개 사건의 공소 취소를 위한 것이다. 민주당이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조 계획서를 의결하자, 국민의힘은 국조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21일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그 첫 번째 주자로 나선 것이 김 의원이다. 김 의원은 점자정보 단말기와 점자 종이를 손끝으로 짚어가며 발언을 이어갔다. 김 의원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뚜렷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며 “말의 온도, 공기의 긴장,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진심과 책임의 무게 같은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조작이라는 결론을 이정표로 박아 놓은 조사는 국정조사가 될 수 없다. 진실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바리케이드가 될 수 있다”며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사안들이 과연 정당한지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식 ‘사법 개혁’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사실 (장애인과 취약 계층은) 그 피해가 가고 있는지 잘 모르고 계신다. 이들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공정한 수사와 엄정한 법 집행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바로 그렇기 때문에 법치주의는 강한 사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약한 사람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사법 개혁의 내용도 문제지만, 고발인 이의신청권을 되살리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학대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장애인 특례법 개정안 등이 정쟁에 밀려 소외되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컸다고 한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깊은 안타까움이 터져 나온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이 발언을 마치자 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박수를 보냈다.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장인 임이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 뿐 아니라 본회의 사회를 맡은 민주당 소속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맹성규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 김용민 의원, 국정조사 특별위원장인 서영교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도 “수고했다”며 인사를 건넸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SNS에 “김 의원의 필리버스터로 악법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악법들로 피해를 볼 사회적 약자의 분노와 결기의 목소리를 선명한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고 적으며 김 의원의 필리버스터를 응원했다.



류효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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