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점자를 읽어가며 17시간 35분 간의 밤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마쳤다. 김 의원이 단상에서 내려오자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도 박수를 보냈다.
김 의원은 전날 오후 4시 42분부터 이날 오전 10시 18분까지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번 국정조사는 대장동 및 위례 신도시 개발비리의혹,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금품 수수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 7개 사건의 공소 취소를 위한 것이다. 민주당이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조 계획서를 의결하자, 국민의힘은 국조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21일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그 첫 번째 주자로 나선 것이 김 의원이다. 김 의원은 점자정보 단말기와 점자 종이를 손끝으로 짚어가며 발언을 이어갔다. 김 의원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뚜렷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며 “말의 온도, 공기의 긴장,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진심과 책임의 무게 같은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조작이라는 결론을 이정표로 박아 놓은 조사는 국정조사가 될 수 없다. 진실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바리케이드가 될 수 있다”며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사안들이 과연 정당한지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식 ‘사법 개혁’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사실 (장애인과 취약 계층은) 그 피해가 가고 있는지 잘 모르고 계신다. 이들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공정한 수사와 엄정한 법 집행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바로 그렇기 때문에 법치주의는 강한 사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약한 사람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사법 개혁의 내용도 문제지만, 고발인 이의신청권을 되살리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학대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장애인 특례법 개정안 등이 정쟁에 밀려 소외되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컸다고 한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깊은 안타까움이 터져 나온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이 발언을 마치자 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박수를 보냈다.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장인 임이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 뿐 아니라 본회의 사회를 맡은 민주당 소속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맹성규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 김용민 의원, 국정조사 특별위원장인 서영교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도 “수고했다”며 인사를 건넸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SNS에 “김 의원의 필리버스터로 악법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악법들로 피해를 볼 사회적 약자의 분노와 결기의 목소리를 선명한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고 적으며 김 의원의 필리버스터를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