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착한 우리 아들 살려줘요” 울음 바다된 대전 화재 합동분향소

중앙일보

2026.03.21 23:27 2026.03.22 02:5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22일 오후 대전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대전시청을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앞이 안 보인다…마지막 말 뒤 연락두절”

“‘앞이 안 보인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가 끊겼어요.”
대전시 대덕구 안전공업㈜에서 일하다 화재 현장에서 숨진 최모씨는 가족을 살뜰히 챙기는 가장이었다. 22일 아이 둘과 함께 대전시가 마련한 합동분향소에서 분향을 마친 최씨의 아내는 “통화가 끊겨서 전화해도 (남편이)받지 않았다. 나중에는 휴대전화가 꺼졌다”며 “(마지막)말도 못 들었어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최씨 이름을 연신 외쳐대던 그의 어머니는 명패를 쓰다듬으며 오열했다.

외벌이였던 최씨는 3형제 중 둘째다. 안전공업에 입사한 지 4년 됐다고 한다. 농번기에는 충남 금산에 사는 부모님을 찾아가 농사일을 도왔다. 그의 고모는 “싹싹하고, 애교도 많은 조카였다”고 말했다. 최씨 어머니는 “일만 할 줄 아는 착한 아들이었는데…. 손주가 너무 어려서 어떻게 해야 되냐”며 주저앉았다. 최씨의 어린 둘째 아들은 아버지가 숨진 줄을 모르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국화 한 송이를 명패에 놓고 묵례를 했다. 최씨 부친은 “건물이 불에 탄 모습을 봤는데 아들이 최악의 공간에서 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창문이라도 있어야 탈출을 하지. 창문이 없었다는 게 답답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대형화재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대전 대덕산업단지의 한 자동차 부품공장 화재 현장에서 21일 오후 소방당국과 경찰 등이 실종자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노조 “엊그제까지 같이 일했는데…유족 보듬겠다”

이날 합동분향소는 화재 참사로 숨진 14명을 애타게 부르는 유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고인이 된 유모씨의 어머니는 “우리 아들 살려줘, 거기서 나와. 갈 거면 나랑 같이 데리고 가”라고 발을 동동 굴렀다. 숨진 김모씨의 어머니는 “우리 아들 왜 여 있나”라는 말을 반복하며 눈물을 흘렸다. 다른 가족은 “어쩌다가 이렇게 됐노”라며 명패를 쓰다듬었다. 한 노모는 “불쌍해서 어떡해 우리 아들. 우리 아들 살려줘요”라고 오열했다.

희생자 박모(44)씨의 어머니는 “불이 났을 때 딸이 ‘○○ 주간이야, 야간이야’라고 전화로 물을 때만 해도 이런 참사는 상상도 못 했다”며 “쉬는 날에도 군말 없이 부모 일을 돕고 아픈 아버지 약도 타다 드리던 착한 아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손자가 충격을 받을까 봐 사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지난주 토요일에도 시골일 돕겠다고 찾아온다고 했는데….”라며 울먹였다.

김영옥 기자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날 오전 10시쯤 분향소와 유가족 대기소를 찾아 시청 직원들에게 “갑자기 변을 당해 유족들이 얼마나 황망하겠나. 부족함 없이 잘 챙겨라”고 지시했다. 황병근 안전공업 노조위원장은 “엊그제까지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하루아침에 하늘의 별이 됐다”며 “직원들도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삶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고 있을 유족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노조는 조를 편성해 담당 유족을 위로하고, 고충도 듣기로 했다.
22일 오후 대형화재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대전시청을 찾은 시민들이 고인을 조문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시신 훼손 심해”DNA 검사 등 거쳐 신원 판정

경찰은 지난 20일~21일 사이 수습한 희생자 14명에 대한 신원 확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전 지역 장례식장 4곳에 분산 배치한 시신은 이날 지문·유전자 대조 등 검사를 마친 뒤 신원을 최종 판정하게 된다. 대전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시신이 많이 훼손된 경우가 있어 평소보다 확인이 늦어질 거란 말이 들린다”며 “희생된 분들이 하루빨리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시민 홍모(43)씨는 “한낮에 난 화재에 인명피해가 너무 컸다”며 “관련 기관이 사고 예방을 위해 법률과 규정, 매뉴얼만 따질 게 아니라 현장에서 제대로 안전수칙이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회사 대표도 업장에 맞는 사전대피 훈련과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일 오후 1시 17분께 대전 대덕구 문평동 소재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안전공업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치는 등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최종권.이규림.김예정.김정재([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