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제로 내년부터 정원이 늘어나는 전북대 의대가 최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으로부터 ‘불인증 유예’를 통보받아 비상이 걸렸다. 대학 측은 ‘자료 미비 때문’이라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전북대 안팎에선 “교육 인프라·인력 확충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교육의 질이 크게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2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역 거점 국립대인 전북대 의대는 이달 초 의평원으로부터 2025년 ‘주요 변화 평가’에서 ‘불인증 유예’ 판정을 받았다. 전국 의대 40곳 중 유일하다. 2004년 문을 연 의평원은 국내 의대의 교육 과정·환경을 평가하는 교육부 인정 기관이다.
의평원은 전국 의대 40곳을 대상으로 교원·시설·교육병원 등 교육 여건을 조사하는 ‘정기 평가(6년·4년·2년 인증 부여)’와 인증 기간 중 2년마다 ‘중간 평가’를 한다. 2024년부터 입학 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의대 30곳에 대해선 매년 ‘주요 변화 평가’를 병행하고 있다. 의평원 측은 “정기·중간 평가는 대학의 교육 실적을 평가하며, 주요 변화 평가는 학생 수 증가 등 변화에 따른 교·직원 및 시설 등 지원 계획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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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교육 환경, 교수 부족 등”
지난해 1차년도(2024년) 주요 변화 평가에서 불인증 유예를 받았던 울산대·충북대·원광대 등 3곳은 2차년도(2025년)에선 인증을 받아 위기에서 벗어났다. 반면 1차년도(2024년) 주요 변화 평가를 통과한 전북대는 이번에 공개된 2차년도(2025년) 평가에선 인증 문턱을 넘지 못했다. 불인증을 받으면 1년의 유예 기간이 주어지는데, 오는 9월~내년 2월 실시하는 재평가에서도 탈락하면 2028학년부터 단계적 정원 감축이나 신입생 모집 정지, 졸업생의 의사 국가고시 응시 불가 등의 처분을 받는다.
불인증 이유로는 열악한 교육 환경과 교수 인력 부족 등이 꼽힌다. 의정 갈등에 따른 집단 휴학 여파로 2024·20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이른바 ‘더블링’ 상황이 이어지면서 전북대 의대도 강의실·실습실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를 통해 지역 거점 국립대 9곳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대 학장 9명 중 4명은 교원·실험실·기자재 등의 추가 확보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전북대는 해부학 수업에서 사용되는 해부용 시신(커대버)이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보통 한 구당 5~8명이 실습하는데, 수강 인원은 2배로 늘었으나 해부용 시신은 전보다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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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교원 1인당 학생 수 5.9명…“전국 의대 중 제일 많아”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전북대 의대 재적생은 992명이고, 전임 교원은 169명이다. 전임 교원 1명이 학생 5.9명을 담당하는 셈이다. 이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 의대 32곳 중 제일 높은 수치다. 전국 의대 전임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평균 2.1명인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많다. 경북대는 2.4명, 강원대 2.5명, 부산대 2.7명, 충북대 2.8명, 전남대 2.9명, 충남대 3.2명 등이다.
의대 증원이 백지화되면서 교육 인프라·인력 확충 움직임마저 사실상 멈췄다. 일각에선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전북대 의대 입학생이 늘어나면 전임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낮추는 게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의사제는 의대 신입생 중 일부를 선발해 학비 등 교육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대신 졸업 후 10년간 지역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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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오봉 총장 “추가 예산 투입…AI 교육 도입”
지난 13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7~2031학년도 의대 정원 배정안’에 따르면 전북대 의대 정원(142명)은 내년에 21명 늘어난 163명이 된다. 원광대 의대는 93명에서 110명으로 증원된다. 2028~2031학년도 의대 정원은 전북대 169명, 원광대 114명이다.
전북대는 “불인증 유예 통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재심사를 신청했다. 이와 관련,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지난 18일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학생 수 증원에 따른 충분한 계획이 세워져 있지만 자료 작성 과정에서 데이터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안다”며 “의대에 추가 예산을 투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교육 도입과 실습 환경 개선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했다. 올해 의평원의 정기 평가도 앞둔 전북대는 자료 등을 보완해 9월 이후 재평가를 받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