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평온이라고 불러라(Call it March Mildness)." 22일 AP는 ‘3월의 광란(March Madness)’으로 불리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토너먼트 대회 소식을 전하며 기사 제목 앞부분을 이렇게 뽑았다. 이어 뒷부분에서 "상위 시드 팀의 압도적 경기가 토너먼트의 새로운 상식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9일(한국시간) 64강전으로 시작한 이번 대회는 22일까지 32강전의 절반을 마쳤다. 미시간대·듀크대·휴스턴대·아이오와주립대 등 상위 시드 팀이 예상대로 16강에 올랐다. 남부 11번 시드 버지니아커먼웰스대(VCU)와 서부 12번 시드 하이포인트대가 64강전에서 상위 시드 팀을 이긴 정도가 이변으로 꼽힌다. 두 팀은 결국 32강전에서 탈락했다.
상·하위 시드 팀 간 전력 차는 기록으로도 확인된다. AP에 따르면, 19~20일 64강전에서 상위 시드 팀은 16승 무패였다. 64강전 경기당 점수 차는 17.4점인데, 64개 팀 체제 이후 최고 기록이다. 16경기 중 14경기 점수 차가 20점 이상이었다. 특히 플로리다대는 프레리뷰A&M대를 114-55, 59점 차로 이겼다. 역대 두 번째 큰 점수 차다.
미국 언론은 이번 대회가 이변이 거의 없는 '3월의 평온'이 된 배경으로 대학 스포츠를 준프로화 한 NIL제도 시행을 꼽았다. NIL은 이름(Name), 이미지(Image), 초상(Likeness)의 첫 글자를 딴 건데, 제도 시행으로 선수는 이들 권리를 활용해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그 전까지는 NCAA와 대학 만이 경기 중계권이나 굿즈 등의 판매로 엄청난 수입을 올렸다. 정작 수입의 원천인 선수는 아마추어리즘을 이유로 소액의 장학금만 받았다.
상황 변화의 시작은 지난 2009년 UCLA의 농구 선수 에드 오브라이언이 자신의 동의 없이 본인 이미지를 비디오 게임에 활용한 데 대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대학은 2015년부터 학생 선수에게 장학금 외의 생활비 등을 현금으로 줄 수 있게 됐다. 2019년에는 캘리포니아주가 선도적으로 NIL을 활용한 학생 선수의 수익 창출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전·현직 대학 선수들은 NCAA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고 2021년 연방대법원에서 승소했다. 학생 선수도 광고 모델 등 상업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2022년부터는 동문이나 지역 기업이 돈을 모아 대학이 유망주를 영입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의 거액 연봉 계약과 사실상의 이적인 전학이 횡행했다. 지난해에는 NCAA가 전직 선수들과 28억 달러(약 3조8000억원) 배상 및 대학과 학생 선수의 수입 분배에 합의했다. 사실상 대학팀이 준프로 팀이 된 셈이다.
이번 시즌(2025~26)에는 특히 대학 6년 차까지 대회에 출전하면서 이변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상·유급·대학원 진학 등의 사정이 있으면 대학 5년 차도 대회에 나설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시즌에 한해 코로나19 영향을 인정해 6년 차까지 뛸 수 있게 했다. 부유한 상위 시드 팀이 좋은 선수를 유치하고 심지어 다른 대학 선수도 전학을 통해 빼 올 수 있게 됐다.
변화는 선수의 이익과도 들어맞았다. 미국프로농구(NBA) 드래프트에서 하위 순위나 하부리그인 G리그에 간 선수는 연봉이 50만 달러에도 못 미친다. 대학에 남는 게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길이 되면서 유급이나 대학원 진학을 선택한 선수도 늘었다. 이들 5~6년 차 선수가 주로 상위 시드 팀에 포진한 게 이변이 급감한 배경이라고 미국 언론은 분석했다.
미시간대 포워드 야셀 렌데보그(연 수입 300만 달러), UCLA 가드 도노반덴트(200만 달러), 퍼듀대 가드 브레이든 스미스(170만 달러), 곤자가대 센터 그레이엄 아이크(150만 달러) 등이 대학원 진학을 내세운 대표적 5년 차 선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