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약 1000㎢(축구장 약 14만개)를 태운 경북 산불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산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두고선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산림청은 임도(숲길)를 구축해 화재 시 소방 인력·장비를 빠르게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단체와 국립공원공단은 임도가 바람길 역할을 해 오히려 산불을 키운다고 맞선다. 인위적인 ‘숲 가꾸기’ 정책이 활엽수를 줄이는 등 숲을 근본적으로 화재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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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엽수림도 산불” VS “벌목, 습도 낮춰”
20일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은 ‘최근 5년간 대형산불 사례분석’을 통해 “산불은 소나무림에 국한되지 않고 활엽수림과 혼효림 (침엽수와 활엽수가 함께 자라는 숲) 등 다양한 산림 유형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활엽수림 비중이 74%인 함양에서도 산불이 났고, 지난해 산청산불이 발생한 지역도 활엽수림·혼효림 비율이 52% 수준이었다는 게 근거다. 산림과학원은 대신 “고온·건조한 날이 증가하고 강풍을 동반한 이상 기상이 빈번해지고 있다”며 기후 요인을 강조했다.
이는 경북산불 이후 ‘숲 가꾸기’와 간벌(나무 사이 거리를 벌리기 위해 불필요한 관목 등을 솎아베는 것)을 원인으로 지적해온 시민단체의 입장과는 초점이 다르다. 생명다양성재단·안동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1월 ‘경북산불 피해확산 원인조사 중간발표’에서 “송이숲가꾸기를 국가시책으로 30년 가까이 시행한 결과, 우리나라 숲이 산불에 강한 활엽수림으로 천이(변화)하지 못하고 산불에 가장 취약한 소나무 단순림으로 유지돼왔다”며 “대형산불은 산림청 산림관리 정책 실패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경북산불 이후 1050개 지역에서 산불 조사를 벌인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산 능선부 침엽수림 간벌지는 수관화(불이 나무의 윗부분을 타고 번지는 현상) 발생률이 70.9%에 달하지만 미간벌지는 5.3%에 그친다”며 “특히 아교목층(하층 식생)이 유지된 숲에선 산불이 땅 표면에 머물며 확산에 억제되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지적했다. 간벌이 습도를 낮추고 바람 통로를 만들어 숲을 구조적으로 화재에 취약하게 만드는 데다, 임도의 경우 산불의 원인인 등산객의 유입 통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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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엽수 공존’ 접점…거버넌스도 과제
산림청은 올해 중점 추진과제 등에서 “침엽수와 활엽수가 공존하는 혼합림을 확대하고 산불에 잘 견디는 내화수림대를 조성하겠다”며 수종 다양화에 대해선 동의했지만, 임도는 분명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김인호 산림청장은 “또다른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산악지역의 잔불과 뒷불 처리는 임도 없이는 매우 어렵다. 올해 산불진화임도를 약 600㎞ 확충하겠다”고 말했고 이후 입장 변화는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산불 예방·진화 능력을 키우고, 산불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걸 최소한의 접점이라고 보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대개혁위원회 소속 이나영 기후평화역사 분과위원장은 지난 10일 국민보고대회에서 “헬기 편대 비행을 통한 연속 투하로 재발화를 차단하고, 조종사의 숙련도를 향상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정례화된 훈련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산림청은 최근 10년간의 산불발생 통계 등을 인공지능으로 분석, 산불 위험 예측도를 2027년까지 88%로 끌어올리고 국토교통부는 같은 기간 115억원을 들여 고중량 소방 드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미국·호주 일부 지역에선 전력설비, 도로변에 불에 잘 타지 않는 화학물질(난연제)를 사전 살포하는 방식도 시험, 도입하고 있다.
배재현 국회입법조사처 행정안전팀장은 “산불 규모에 따라 지휘권이 기초단체장·광역단체장·산림청장으로 계속 바뀌는 등 초기 대응에 불리한 구조”라며 “진화는 소방청, 예방과 복구는 산림청, 주민대피는 지자체가 맡아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