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육천피' 다시 코앞…해외선 "전형적 버블" 국내선 "저평가"

중앙일보

2026.03.22 01:20 2026.03.22 06:1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코스피가 최근 한 달 사이 6000대과 5000대을 넘나드는 변동성 장세 속에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국내외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외국계 기관을 중심으로 “위험한 과열 상태”라는 경고가 나온다. 반대로 국내 증권가는 반도체 실적과 개인 투자자 수급을 근거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판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지난 16~20일 일평균 54.51로 집계됐다. 시장 출렁임이 심하고 전망이 어두울 때 지수가 오르는데, 50 이상이면 ‘극단적 공포’ 구간으로 해석된다. 중동 전쟁 여파로 이달 초 역대 최고인 80.37까지 올랐다가 내려왔지만 시장 불안은 여전하다는 의미다.

중앙일보 AI 에이전트 제작.
미국계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한국 증시를 “전형적 버블 사례”라고 직격했다. 코스피는 중동 전쟁 여파로 지난 4일 하루 만에 12% 급락한 뒤 다음날 곧바로 10% 가까이 폭등하는 등 극단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BofA는 이 모습이 “1997년 외환위기와 닷컴버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나타난 극심한 불안정성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BofA의 자체 지표인 ‘버블 리스크 인디케이터’에서도 코스피의 거품 위험도는 ‘극단적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런 평가는 수치로 증명된다. 투자 분석 플랫폼 구루포커스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대비 국내총생산(GDP) 비율인 ‘버핏지수’는 현재 206.96%다. 통상 120% 이상이면 과열로 판단하는데, 이를 크게 웃돈다. 한 나라의 경제 규모(GDP)보다 증시의 덩치가 2배 이상 커졌다는 건데, “매우 고평가된 상태”라는 진단이다.

김영옥 기자
반면 국내 증권가는 낙관적이다. 최근의 급등락은 올 초 가파른 상승에 따른 일시적 조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코스피를 견인하는 핵심 주체인 ‘반도체 투톱(삼성전자·SK하이닉스)’이 탑승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있다. 최근 엔비디아 연례개발자회의(GTC)에서 이 두 회사와의 협력이 다시 부각되고, 반도체 기대감이 반영된 마이크론 실적 호조,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계획 등도 강세 전망에 힘을 보탰다.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측면에서도 여전히 저평가라는 주장이 나온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실적 전망이 상향되는 가운데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5배로 10년 평균(10.5배)을 밑돌고 있어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짚었다.

이런 평가를 뒷받침하듯 수급 측면에선 개인 투자자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순매수 규모는 21조8293억원에 달한다. 이달 말까지 7거래일이 남은 시점에서 2021년 국내 주식 투자 붐이 일었던 ‘동학개미 운동’ 당시 기록한 월간 최대치(22조3384억원)에 근접했다. 기록 갱신은 시간 문제란 관측이 앞선다. 덕분에 이달 초 중동 분쟁 충격으로 5100선을 밑돌았던 코스피는 20일 5781.20까지 회복했다. 증시 대기 자금인 고객예탁금도 지난 19일 기준 115조원으로 1년 전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30조원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미국 증시와 금 등 대체 투자처의 매력이 약해진 상황도 더해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동 사태 이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5.4% 뒷걸음질 쳤고, 금 선물 가격은 12.8% 하락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코스피가 현 정부 임기 내 7000까지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6000선까지 가파르게 올라오면서 과열된 측면이 있는 만큼, 지금부터는 시장을 다지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그동안 코스피를 끌어올린 동력이 정책과 실적인데, 전망은 더 좋아졌다”며 “등락이 있더라도 국내 주식 투자 확대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중동 전쟁이 여전히 큰 변수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핵심은 충격의 지속기간”이라며 “시장이 단기전 기대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버틸 수 있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에너지 비용 충격이 물가와 금리 정책 경로를 따라 뒤늦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박유미([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