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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기름 땜에 무릎 아파" 대전 공장 4년 전부터 '위험 경보'

중앙일보

2026.03.22 02:35 2026.03.22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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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형화재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대전 대덕산업단지의 한 자동차 부품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정부 합동으로 화재 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대형 화재가 발생한 대전시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공장에서 사망자 10명이 한꺼번에 발견된 2층 휴게공간이 직원 낮잠 장소로 주로 쓰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공장 내부 곳곳에 절삭유 등 기름기가 가득해 건강 악화 우려가 컸다는 증언도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고 한다.

22일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의 안전공업㈜ 게시판에 따르면 전직 직원이라고 소개한 A씨는 “3층은 정식 휴게실이 아니라 탈의실 겸 샤워장이고 운동장비 2~3개가 있다”며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암묵적으로 누워서 쉬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전직 직원 B씨도 “휴게실 입구엔 점심을 먹고 잠깐 자려고 온 사람들이 벗어놓은 안전화로 가득했다”며 “내가 그곳에서 자고 있었다면 과연 살아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관련 기관이나 사업장도 이번 계기로 환기· 집진·위험물 관리 같은 기본적인 부분부터 다시 점검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영옥 기자
해당 휴게공간은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곳으로, 여유 공간을 활용해 2014년 12월 불법 증축한 장소다. 소방당국은 해당 공간이 정면 창문도 없어 연기가 바깥으로 잘 빠지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고 보고 있다.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해당 휴게공간에 창문이 설치된 시점은 2015년 7월에서 2016년 1월 사이로 추정된다. 안전공업㈜ 공장은 1996년 준공 이후 2010ㆍ2011년ㆍ2014년 등 3차례 증축했다.

22일 대형화재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대전 대덕산업단지의 한 자동차 부품공장 화재 현장 화단에 부상자의 것으로 보이는 신발이 놓여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이외에도 현장에 기름때가 가득해 건강을 걱정했다는 과거 게시글도 다수 포착됐다. 생산 엔지니어인 C씨는 4년 전인 2022년 10월 6일 “회사의 급여는 대전에서 상위에 속하는 편”이라면서도 “현장에 오일 미스트가 많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소방당국은 화재가 급속하게 확산한 원인으로 공장 내부에서 사용되는 절삭유와 집진설비 등 내부에 쌓여 있던 기름때 등에 주목하고 있다.

연구개발(R&D) 파트 직원인 D씨도 2024년 10월 29일 “회사의 단점은 기름이 많아 미끄러워 걸을 때마다 중심을 잡느라 무릎이 몹시 아프다”고 적었다. 다른 생산엔지니어 E씨도 2025년 8월 6일 “공장이 오래됐고, 오일이 엄청 날린다”며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밝혔다. 황병근 안전공업㈜ 노동조합위원장도 이날 취재진과 만나 “유증기와 기름찌꺼기 등이 축적되는 것을 우려해 집진시설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청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회사 측이 안전 경고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22일 오후 대형화재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대전시청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한편 대전 대덕소방서는 지난달 23일 안전공업㈜에 대해 위험물 안전관리법 위반 대상이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지난달 국민신문고에 신고 된 민원을 토대로 현장을 확인하면서 관련 조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방 관계자는 22일 통화에서 “구체적인 사안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재.신진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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