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계획서가 22일 야당의 필리버스터 속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달 23일 민주당 의원 105명이 참여한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공취모)’이 출범하며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한 지 한 달 만에 본회의 통과까지 파상공세로 밀어붙인 결과다.
국정조사 계획서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대장동 관련 사건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사건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및 서해 피살 사건 등 7개 사건을 대상으로 5월 8일까지 약 50일간 진행된다. 이 대통령이 연루된 5개의 재판 8개 사건 중 1심 진행중이라 공소 취소가 가능한 사건 중 2건이 포함됐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서영교)를 열어 일정과 증인 채택을 확정한다. 청문회는 대장동 사건을 시작으로 쌍방울 대북송금, 문재인 정부 관련 사건 순으로 이어진다. 수사 검사와 대검·법무부·대통령실 지휘 라인뿐 아니라 해당 재판이 진행됐던 다수의 재판부까지 조사 대상에 올라 채택 증인만 수백 명에 달할 전망이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섰지만 본회의 통과를 막지 못한 국민의힘은 들어가서 싸우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국정조사지만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며 “조작 기소가 아니라 정상 기소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국조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법안 통과 뒤 규탄대회에 참석해 “독재의 들러리가 될 수 없다. 국민과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매머드급 규모의 청문회지만 당내에선 ‘빈 수레’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준비 기간도 촉박할 뿐더러, 민주당은 국정조사에서 그간 여권이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아 왔던 바로 그 증인들(대장동 일당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의 진술 번복이나 폭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은 첫 대장동 청문회 증인으로 지난해 대장동 비리 의혹으로 실형이 확정된 남욱 변호사(징역 4년)와 정영학 회계사(징역 5년)를 먼저 세울 계획이다. 남 변호사는 지난해 9월과 11월 이 대통령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재판에서 “(돈이 넘어갔다는 건) 검사에게 들었다”“검사가 ‘배를 가르겠다’고 했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정 회계사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인 지난해 1월 재판에서 “검찰 프레임에 맞춰 진술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대북송금 사건 국정조사에서는 검찰의 강압 수사를 주장해 온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핵심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대북송금 사건으로 1심까지 실형(2년 6개월)을 선고받은 김 전 회장은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해 온 자신의 진술이 검찰의 회유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중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X에 “사건 조작은 강도나 납치 살인보다 더 나쁜 짓”이라며, 김 전 회장이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말했는데 검찰이 장난쳤다’고 발언한 녹취를 법무부가 확보했다는 기사를 공유했다.
민주당은 이들의 바뀐 진술을 바탕으로 검찰 수사 지휘 라인에게 강압 수사 여부를 캐물을 방침이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자칫 여당과 대장동 일당과의 증언 거래로 비칠 수 있다(여권 관계자)”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들이 등장하는 청문회가 정말 이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며 의구심을 표했다. 국조특위 관계자는 “새로운 팩트를 발굴해야 하는데 6월 지방선거 준비와 맞물려 시간도 인력도 턱없이 부족해 솔직히 고민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