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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과 60년 함께한 ‘빈민의 대부’

중앙일보

2026.03.22 08:01 2026.03.2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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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선종한 안광훈 신부(가운데)와 삼양주민연대 회원들. 안 신부는 1999년부터 삼양주민연대 대표를 맡아 활동했다. [중앙포토]
60년간 한국의 가장 낮은 곳에서 도시 빈민과 함께한 ‘푸른 눈의 성자’ 안광훈(본명 로버트 존 브레넌) 신부가 21일 선종했다. 84세.

천주교 선교단체 성골롬반외방선교회는 선교회 소속인 안 신부가 이날 새벽 4시 서울 동서울병원에서 지병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1941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6년 20대의 젊은 나이에 한국으로 파견된 후 한평생을 철거민 등 가난한 이 곁을 지킨 ‘빈민의 대부’였다. 병상에 눕기 전까지 사제관이 아닌 주민들 곁 전셋집에서 생활했다.

1972년 원주교구 정선성당 주임신부 시절 고리대금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해 정선신용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성프란치스코의원을 열어 의료 구호에 힘썼다. 1980년대 서울 목동성당 재임 시기에는 안양천변 철거민들에게 성당을 내어주고 함께 철거 반대 운동을 펼쳤다. 1992년부터 미아동 달동네로 들어가 1999년 주거 마련과 주민 자활을 위한 삼양주민연대 대표를 맡았다. 솔샘일터라는 봉제협동조합을 만들어 자립을 도왔다. 이 공로로 2014년 아산상 대상을 받았다. 2012년 서울시 명예시민, 2020년에는 특별공로자로 대한민국 국적도 취득했다.

“교회가 성당 울타리 안에 머물지 말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해야 한다”는 게 안 신부의 신념이었다. 재개발 과정에서 용역들이 불을 지르는 등 위험한 상황에서 철거민들과 양동이로 집을 지켰다. 선교회는 “뉴질랜드를 떠나 낯선 한국으로 파견된 안 사제는 힘없고 외면당하는 이들 곁에 한평생 살면서 바라던 바를 이루어 한국 사람과 온전히 하나가 됐다”고 추모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0호실. 장례 미사는 24일 오전 10시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사제단의 공동 집전으로 엄수된다.





고성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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