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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루의 마켓 나우] 대만의 에너지 리스크, AI 모멘텀 흔든다

중앙일보

2026.03.22 08:06 2026.03.2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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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루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중동 전쟁과 카타르의 LNG 수출 차질로 세계 LNG 공급의 약 20%를 차지하는 물량이 흔들리고 있다. 아시아에 이는 역내 산업의 심장부를 직격하는 충격이다.

아시아의 기술 산업은 에너지 집약적이며 구조적으로 수입 의존도가 높다. 중동산 LNG는 역내 전력망의 핵심 연료이며 대만의 사정은 특히 심각하다. 2025년 마안산(馬鞍山)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종료 절차에 들어가면서 전력 믹스에서 천연가스 비중이 높아졌지만, 저장 여력은 2주 안팎에 불과하다.

단기적으로는 대만의 전력망 구조가 어느 정도 완충 역할을 한다. 공급이 빠듯해지면 당국은 시스템 안정과 전략 산업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아왔다. 남부 과학단지에 밀집한 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은 초기에는 보호받을 공산이 크다. 부담은 가정과 저부가가치 제조업으로 전가돼, 전기요금 인상과 간헐적 공급 불안으로 나타난다. 전략 산업을 우선 보호하는 ‘실리콘 방패’가 충격 초기 국면에서 생산 지표를 떠받친다.

김지윤 기자
그러나 이 회복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최첨단 반도체 공정은 전력 안정성에 극도로 민감하다. 공정에서는 미세한 전압 변동만으로도 웨이퍼 배치 전체가 폐기될 수 있다. 에너지 우선 배분은 혼란을 늦출 뿐 없애지는 못한다. 우리 모델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에 대한 초기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공급 제약이 지속될수록 광범위한 산업 생산은 점차 기준선 아래로 밀려난다.

역내 파급 효과 역시 피할 수 없고, 다만 지연될 뿐이다. 아시아 전자 공급망은 재고 완충분과 대만 외 지역에서 생산되는 범용 반도체에 대한 분산된 의존도 덕분에 당장의 충격을 일부 흡수되지만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재고가 소진되는 데는 통상 한 분기면 충분하고, 그 이후부터는 대만발 공급 제약의 여파가 역내 제조업 전반에 가시화된다.

카타르산 LNG를 대체하기란 쉽지 않다. 호주의 물량 대부분은 장기 계약으로 묶여 있고, 대서양 지역에서 현물 시장을 통해 조달하는 LNG는 상당한 웃돈을 요구한다. 결국 조정의 무게는 생산 감축보다 재무 부담으로 쏠릴 것이다. 이미 완충 여력이 빠듯한 국영 전력사들이 높아진 수입 비용을 떠안으며 충격을 사회 전체에 분산시키는 구도다.

이번 에너지 충격은 역내 투자와 산업 생산 증가율을 약 0.4%포인트 갉아먹을 것으로 추정된다. AI가 이끄는 제조업 사이클은 계속되겠지만, 더 빡빡한 제약 속에서다.

아시아의 반도체 패권은 세간의 인식보다 훨씬 취약한 에너지 기반 위에 서 있다.

루이즈 루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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