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김어준과 고성국이 함께 웃고 떠드는 장면. 지금으로선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 모습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들은 (최소한 방송에서) 가까웠다. ‘나는 꼼수다’가 한창 주가를 올리던 2011년 6월 고성국은 나꼼수 게스트로 출연했다. 김어준은 고성국을 “진보 진영 출신의 예리한 시사 평론가”로 소개하며 반겼다.
비슷한 시기 한겨레TV의 ‘김어준의 뉴욕타임스’에선 고성국이 아예 ‘고성방가’란 코너를 진행했다. 지금 봐서는 마치 국공합작 같은 의외의 조합이지만 당시만 해도 두 사람은 그런 사이였다.
둘이 본격적으로 다른 길을 걷게 된 건 2012년 12월 대선 전후다. 하지만 각기 진영해서 활동했을 뿐 행적은 매우 닮아 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고성국은 여러 시사 프로그램 진행을 맡으며 ‘친박’ 인사임을 누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엔 김어준이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진행자로 발탁되며 새 세상이 왔다는 걸 알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당선은 고성국이 KBS 라디오 간판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를 꿰차는 기회를 선사했다.
게다가 두 사람은 부정선거 주장 이력까지 공유하고 있다. 김어준은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패하자 부정선거 의혹을 다룬 ‘더 플랜’ 영화까지 제작했다. 부정선거는 ‘윤 어게인’과 함께 지금의 고성국을 만들어준 핵심 토대다.
이렇듯 닮은 둘은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가장 핫한 사람이다. 각 당원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어쩌면 여야 대표보다 더 크다고 볼 수도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든 김어준·고성국 앞에선 얌전한 고양이가 따로 없다. 정청래·장동혁의 반대파가 김어준·고성국을 싫어한다는 유사점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나꼼수 팬 사이에선 진보 매체 프레시안의 기획위원으로 활동해 ‘우리 편’으로 알았던 고성국이 친박 인사로 거듭나자 “김어준이 키운 고성국”이라며 김어준을 원망하는 듯한 볼멘소리가 나왔었다. 물론 김어준이 뜨기 훨씬 전인 1996년 KBS ‘추적 60분’을 진행해본 고성국 입장에선 ‘키웠다’는 표현이 거슬릴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키웠든, 누가 먼저 권력을 이용하는 법을 배웠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노는 물이 다를 뿐 어차피 많은 게 닮은 판박이어서다. 쌍생아와 같은 김어준과 고성국은 현재 한국 정치의 커다란 근심거리가 됐다. 언제까지 이들이 정치판을 휘저어 뿌연 흙탕물로 가득 차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