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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안 보인다, 마지막 통화” “나도 데려가” 통곡의 대전

중앙일보

2026.03.22 08:16 2026.03.2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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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전시청에 마련된 안전공업 공장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이 아들의 이름이 적힌 위패를 만지고 있다. 대전시는 다음 달 4일까지 시청 로비에 합동분향소를 운영한다. [연합뉴스]
“‘앞이 안 보인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가 끊겼어요.”

안전공업㈜에서 일하다 화재 현장에서 숨진 최모씨는 가족을 살뜰히 챙기는 가장이었다. 22일 아이 둘과 함께 대전시가 마련한 합동분향소에서 분향을 마친 최씨의 아내는 “갑자기 통화가 끊겨서 다시 전화해도 (남편이) 받지 않았다. 나중에는 휴대전화가 꺼졌다”며 “(마지막) 말도 못 들었어요 ”라며 눈물을 흘렸다. 최씨 이름을 연신 외쳐대던 그의 어머니는 위패를 쓰다듬으며 오열했다.

외벌이였던 최씨는 3형제 중 둘째다. 안전공업에 입사한 지 4년 됐다고 한다. 농번기에는 충남 금산에 사는 부모님을 찾아가 농사일을 도왔다. 그의 고모는 “싹싹하고, 애교도 많은 조카였다”고 했다. 최씨 어머니는 “일만 할 줄 아는 착한 아들이었는데 손주가 너무 어려서 어떻게 해야 되냐”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최씨의 어린 둘째 아들은 아버지가 숨진 줄 모르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국화 한 송이를 위패에 놓고 묵례를 했다. 최씨 부친은 “건물이 불에 탄 모습을 봤는데 아들이 최악의 공간에서 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탈출할 창문이 없었다는 게 답답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합동분향소는 화재 참사로 숨진 14명을 애타게 부르는 유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고인이 된 유모씨의 어머니는 “우리 아들 살려줘, 거기서 나와. 갈 거면 나랑 같이 데리고 가”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숨진 김모씨의 어머니는 “우리 아들 왜 여 있나”라는 말을 반복하며 눈물을 흘렸다. 다른 가족은 “어쩌다가 이렇게 됐노”라며 고인의 위패를 쓰다듬었다. 한 노모는 “불쌍해서 어떡해 우리 아들. 우리 아들 살려줘요”라며 오열했다. 희생자 박모(44)씨의 어머니는 “쉬는 날에도 군말 없이 부모 일을 돕고 아픈 아버지 약도 타다 드리던 착한 아들이었다”며 “토요일에도 시골 일 돕겠다고 찾아온다고 했는데 ”라며 울먹였다.

김영옥 기자
황병근 안전공업 노조위원장은 “동료들이 하루아침에 하늘의 별이 됐다”며 “직원들도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삶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고 있을 유족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노조는 조를 편성해 담당 유족을 위로하고, 고충도 듣기로 했다.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시민 홍모(43)씨는 “관련 기관이 사고 예방을 위해 법률과 규정, 매뉴얼만 따질 게 아니라 현장에서 제대로 안전수칙이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회사 대표도 업장에 맞는 사전 대피 훈련과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림.김예정.최종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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