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대덕구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화재는 생산공장 1층 천장에서 최초 발화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2일 대전경찰청과 대전대덕소방서 등에 따르면 안전공업 직원은 경찰에서 “가공 라인에서 근무하는데 4라인 천장 덕트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보고 소화기를 가지러 가던 중 불길이 급속히 확산했다”며 “다른 직원들이 ‘피해야 해’라고 소리쳐 그대로 밖으로 빠져나왔다”고 진술했다. 불이 난 공장 1층에는 생산라인 4개가 있으며, 공정 특성상 24시간 기계를 가동한다. 이에 점심시간에도 라인별로 직원 1명이 남아 정상 가동 여부를 확인한다.
경찰은 직원이 목격한 천장 덕트가 최초 발화 지점인지는 현장감식을 통해 정확하게 밝혀낼 방침이다. 소방당국은 화재 당시 구조를 요청한 직원들로부터 “1층에서 시작한 불이 2~3층으로 올라온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과 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은 23일 오전으로 예정된 현장감식을 위해 22일 오전 사고 현장을 점검했다. 감식반은 공장 붕괴 우려를 고려해 내부에는 진입하지 않고 외부를 둘러봤다. 강재석 대전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합동감식에 대비, 안전대책을 위한 관계기관 회의와 감식 방향을 논의했다”며 “23일 합동감식에 유족 2명이 참관한다”고 말했다.
대덕소방서는 지난달 23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화재가 발생한 공장의 ‘위험물 안전관리법 위반’ 민원을 접수한 뒤 회사 측에 시정조치를 명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공장은 나트륨 등 위험 물질을 다루는 ‘유해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으로 지정된 곳이다.
숨진 14명에 대한 신원 확인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40대 직원(남성) 등 2명의 신원이 확인됐고, 나머지 12명은 22일 오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유전자(DNA) 검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은 이르면 23일 이들의 신원이 확인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찰은 화재 원인 조사와 함께 불법 증축이 확인된 건물 2~3층 사이 휴게공간(탈의실 및 휴게·운동시설)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사망자 14명 가운데 10명이 휴게공간과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불이 난 건물은 2014년 2층 공장과 3층 주차장, 4층 옥외주차장이 새로 증축됐다. 소방당국은 회사 측이 2~3층 사이 공간에 불법으로 100평(330㎡) 규모의 휴게공간을 마련한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불법 증축 관리·감독 기관이 대전 대덕구청과 대덕소방서에 대한 강제수사도 검토 중이다. 박경하 대덕구청 주택건강과장은 “2~3층 사이 공간은 도면과 대장에 없는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화재 초기 20여 명의 직원이 구조를 기다리거나 창문에서 추락한 곳도 불법으로 만든 휴게공간이었다. 당시 점심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직원들은 갑자기 확산한 불을 피하기 위해 창문 쪽으로 피했다가 일부는 구조되고 일부는 대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당시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가 3층(휴게공간) 창틀에 매달린 직원을 구조하기 위해 에어매트 설치를 시도했지만, 공간이 좁은 데다 지상에 화단이 설치돼 에어매트 대신 스티로폼을 깔았다고 한다. 구조를 기다리던 직원들이 스티로폼 위로 떨어지면서 골절상과 타박상 등 부상을 입었다.
안전공업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는 경영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한 중대한 인재(人災)”라며 “이전부터 화재가 발생하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황병근 노조위원장은 “반복적인 안전 경고와 현장 요구를 묵살한 결과가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