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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의 시시각각] ‘객관 강박’이 진짜 필요한 사람들

중앙일보

2026.03.22 08:20 2026.03.2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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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 콘텐트국장
“이재명 대통령에게 ‘객관 강박’이라고 10년 전부터 불렀는데, 자기가 스스로 레드팀이 되는 성격이 있어요. 자기 결정에 대해서 ‘내가 당사자라서 내가 피해자라서 치우치는 것 아닌가’ 객관 강박이 있다… 있는 용어가 아니라 내가 그냥 부르는 것이다. 자기 판단이 3자적 관점에서 이성적 합리적인가 강박적으로 자기 진단을 한다.”

‘검찰 개혁’과 ‘공소 취소’ 국면에서
도마에 오른 대통령의 ‘객관 강박’
주제파악 못 하는 야당이 더 문제

지난 9일 친여 유튜버 김어준씨가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한 말이다. 소위 ‘검찰 개혁’에 대한 이 대통령의 태도를 거론하다 이런 얘기를 했다. 검찰 수사의 피해자인 이 대통령이 스스로 감정적이 되지 않도록 레드팀으로서 이 문제를 검찰 입장에서 보는 것 아닌가,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강경파의 주장과 일부러 거리를 두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었다. 김씨의 발언 의도를 떠나 만약 ‘객관 강박’이 사실이라면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에겐 대단히 훌륭한 덕목이라 생각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면 안 된다” “내 의견만이 정의라는 태도는 실패 원인”이라며 강경파의 폭주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당·정·청 찰떡 공조”(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표현)로 완성됐다는 법안의 실제 내용은 완전 딴판이었다. 극히 일부 조항을 빼면 여당 강경파의 요구가 대부분 수용됐다. 이 대통령이 ‘레드팀’ 임무를 수행하긴 했는지, 레드팀 역할을 하긴 했지만 지지층 내부의 갈등을 우려해 당의 요구를 극적으로 수용한 것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청와대와 여당이 굿 캅, 배드 캅 역할을 나눠 맡은 것인지 진실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국민 중엔 민주당의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 드라이브에 대한 청와대의 태도를 미심쩍어하는 이가 많다. 친여 인사인 유시민 작가까지 “내가 미쳤거나, 그 사람들이 미친 것인데, 제가 미친 것 같지는 않다”며 관련 의원 모임을 비판했던 바로 그 이슈다. 지난해 민주당이 추진했던 현직 대통령 재판 중지법엔 “정쟁에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라”며 제동을 걸었던 청와대가 왜 공소 취소는 만류하지 않는지 의문스러워하는 이도 많다. 이 대통령의 ‘객관 강박’이 진짜인지, 대통령 마음속 레드팀이 정말 가동 중인지를 증명하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객관 강박’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은 야당 쪽에 더 많은 것 같다. 1층을 뚫고 지하실까지 추락한 지지율이 보여주듯 “야당 관련 뉴스는 하나도 보고 싶지 않다”는 이들이 이념 성향과 진영을 떠나 너무나 많아졌다. 실제로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매일매일이 역대급이다. 당 대표와 공천관리위원장이 번갈아 주연을 맡고 조연만 하루 걸러 바뀌는 막장 드라마인데, 그나마 지루하고 재미도 없다. 대혼란의 한복판에 서 있는 당 대표의 경우 누가 봐도 과거 황교안 전 대표가 걸었던 코스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지만, 본인만 그 뻔한 결말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객관 강박’은커녕 최소한의 자기 객관화와도 담을 쌓고 있다.

싸우면서 닮아가는지 당 대표와 180도 대척점에 서 있다는 전직 대표의 태도 역시 국민 시선에선 도긴개긴이다. 최근엔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했다는 “나를 발탁한 건 대한민국이다. 윤석열(전 대통령)이 아니다”는 말이 논란을 낳았다. ‘정치적 쇼맨십’에서 아예 못 할 말은 아니지만 그의 정치 입문과 성장 과정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어리둥절 당황스러운 부분이 있겠다 싶다. 잘못된 계엄에 반대했고, 정치적 스탠스가 멀쩡하고, 바른말을 꽤 하는데도 본인에 대한 호감도가 생각만큼 왜 높지 않은지에 대한 객관적 성찰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상식적이지 않은 공소 취소 추진에, 황당한 거래설과 자폭성 권력투쟁까지 난무해도 그런 일들이 여권의 큰 위기로 느껴지지 않는 건 정치가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봄이지만 전혀 봄 같지 않은 현실, 보수의 처지가 답답하다.





서승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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