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 공간은 불법으로 만들었고 공장 내부 곳곳에는 불이 잘 붙는 절삭유가 남아 있었다. 건물은 불에 취약한 철골과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쉽게 무너졌다. 대전시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화재로 인한 피해가 크고 구조가 지연된 데는 이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 회사에서 지난 20일 오후 발생한 화재로 14명이 숨지는 등 74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대전대덕소방서와 대덕구에 따르면 10명이 숨진 채 발견된 공장 별관 2~3층 사이 복층 공간은 휴게실과 탈의실·운동 공간 등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하지만 도면과 대장에 없는 불법 시설이었다. 문평동 공장은 본관과 별관(동관)으로 구성됐는데 본관은 1996년, 별관은 2010년 신축했다. 소방 당국은 불이 별관 1층에서 시작해 2~3층으로 급속히 확산한 것으로 추정했다.
별관은 공장 특성상 층고(層高)가 5.5m로 높은 편이다. 소방 당국과 대덕구는 회사가 이곳에 불법으로 100평(330㎡) 규모의 복층 구조 휴게 공간을 만든 것으로 파악했다. 소방 당국은 불법 구조 변경이 화재와 직접 연관은 없으나 신속한 대피 등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당시 점심 식사 후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던 상당수 직원이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처음 수습된 사망자와 21일 새벽 사망자 9명이 발견된 곳이 모두 휴게 공간 또는 그 인근이었다. 남득우 대전대덕소방서장은 “해당 공장은 정면에서 바라보면 창문 없이 막혀 있고 왼편으로는 여러 개 창문이 설치된 구조”라며 “정면이 막힌 상태에서 측면 창문으로 탈출하다 다친 직원이 16명 정도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창문이 부족해 탈출에 지장을 받거나 연기가 빠져나가는 데 장애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소방 당국의 설명이다.
공장 자재나 내부 환경도 화재 확산과 진화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공장 내부에는 부품을 깎을 때 사용하는 절삭유(윤활유 일종)가 곳곳에 흘러 있었고 기름때가 많이 묻어 있는 상태였다. 절삭유는 섭씨 200도가 인화점이다. 소방 당국은 “절삭유와 배관에 낀 슬러지(찌꺼기) 등이 불이 커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철골과 샌드위치 패널 구조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적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철골 구조는 화재가 발생하면 녹아내려 건물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샌드위치 패널도 철판 사이 스티로폼이 불에 굉장히 취약해 불쏘시개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공장 붕괴로 구조작업도 2차례 안전진단을 거쳐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는 등 상당히 지연됐다. 최초 화재 신고 시점인 20일 오후 1시17분부터 마지막 실종자를 발견한 21일 오후 5시까지 걸린 시간은 27시간43분이었다.
방화 구역 장치의 작동 여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방화 구역은 불이 났을 때 다른 층 등으로 급속하게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다. 공장 건물 설계도에도 층별로 총 9개 방화 구역이 있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각 층의 방화 구역이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평소 소방시설을 점검하고, 대피 훈련을 자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