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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작 기소 의혹 국정조사, 진심과 책임의 무게 갖췄나

중앙일보

2026.03.22 08:28 2026.03.2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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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사상 초유의 국정조사가 이뤄진다. 어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 취소를 위한 ‘빌드업’으로 의심받고 있다. 국회가 검찰에 대해 특정 사건, 더구나 최고권력자의 사건을 놓고 공소 취소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정치적 권력으로 형사사법 체계를 흔드는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검찰의 조작 기소는 단죄해야 할 범죄임이 분명하다. 검찰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려야 하지만, 지금처럼 여당이 우격다짐으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이 대통령의 대북 송금 사건의 경우,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이 “돈 준 게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고 한 진술을 근거로 조작이 의심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법무부 특별점검팀이 이화영 전 지사를 수사한 박상용 검사의 ‘연어 술 파티’ 의혹 등도 조사 중이다. 조사가 더디긴 하지만 결과를 지켜보는 게 순서다. 결국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이지만, 그 과정에서 중요한 건 정치 공세로 결론을 압박한다는 의심을 사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여당은 ‘공취모(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 모임)’까지 결성하며 검찰을 압박했다. 오죽하면 민주당 진영에서 “미친 짓”(유시민 작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공소 취소 거래설’까지 등장했겠는가. 이 대통령이 “사건 조작은 살인보다 더 나쁜 짓”이라는 글을 올리자 여당 친명계가 조바심을 낸 것으로 세간은 의심한다.

민주당은 “특정인 보호가 아니라 무소불위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정치적 편향 없이 이뤄졌는지 국민 앞에 확인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공정한 형사사법 절차에 따를 일이지 정치 공세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17시간 넘는 필리버스터를 한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의 지적에 여당이 귀 기울였으면 한다. 그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말에 담긴 진심과 책임의 무게 같은 것들을 뚜렷하게 느낀다”면서 “정치가 원칙보다 유불리를, 제도보다 진영을, 국민의 삶보다 정치적 효과를 앞세운다”고 일갈했다. 이번 국정조사에 딱 맞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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