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2일 국회 17개 상임위원장 독식을 다시 강조하며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나섰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2일 오후 국회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 여러분이 좋아하는 미국처럼 우리도 미국식으로 해야겠다”며 “한석이라도 많은 정당이 상임위원장 독식하는 미국처럼 후반기 원 구성에서 위원장은 100% 우리 민주당에서 하겠다는 원칙”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언급하며 “국민의힘이 일하지 않으려면 먹지도 말고, 상임위원장 탐하지도 말라”고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조승래 사무총장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이 이런 식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하반기 상임위 운영 구성도 전부 민주당이 책임질 것”이라고 했었다.
정 대표 발언은 현재 국회 17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민주당이 가져가겠다는 뜻이다. 지금은 10개는 민주당이, 7개는 국민의힘이 맡고 있다. 22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은 5월 논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여소야대에서 여대야소로 국면이 전환된 21대 국회 초반 18개 상임위원장을 전부 차지하고, 이듬해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참패한 경험이 있다. 당시 주호영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못 가져가면 상임위원장을 전부 포기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실제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며 벌어진 일이었다. 민주당 수도권 재선 의원은 22일 통화에서 “6년전 상임위원장 싹쓸이로 우리 당에 독선이라는 이미지가 박히면서 견제 여론이 커졌고, 이듬해 보궐 선거 참패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같은 경험에도 민주당이 6·3 지방선거 전 ‘상임위 독식’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너무 느린 입법” 발언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지금 국회가 너무 느려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한 데 “정권 초반 지시한 사항이 너무 밀리지 않게 국회와 상의해 민생 입법에 속도를 내달라”(3월 3일), “현재 같은 입법 속도로는 국제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가 매우 어렵다”(3월 10일)고 잇따라 국회를 직격했다.
특히 여권은 정무위(위원장 윤한홍), 재정경제기획위(위원장 임이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위원장 이철규) 등 국민의힘 소속 위원장이 있는 경제 관련 상임위를 문제 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가 자본시장법 등을 개정해야 하는데 야당이 위원장이라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라고 했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국정과제라고 쫙 받아놓은 게 있는데 그게 지금 다 홀딩 돼 있다”며 “경제 관련 상임위에 대한 피로감이 넘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저조한 점도 민주당으로선 유리한 요소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2일 통화에서 “여당 출신 국회의장, 야당 출신 법사위원장이라는 국회 오래된 관례마저 깨진 상황이 아니냐”며 “법안 심사의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갖고 있으면서 상임위원장까지 독식하겠다면 야당은 이제 어떠한 견제 기능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21대부터 국회 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정도로 압도적 의석을 점유하면서 국회 규범을 깨도 무방하다고 간주하고 있다”며 “모든 입법에는 후과가 있는데, 그 책임은 다 정청래 대표의 민주당이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