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피의자 김소영(20)은 식칼 손잡이 부분으로 약을 빻아 가루로 만든 뒤 숙취해소제 등에 넣어 남성에게 건넸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4개월간 남성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검찰은 반복된 범행과 사전 검색 정황을 근거로 계획 살인으로 판단했다.
반면 김소영은 “남성의 접촉을 막기 위해 잠을 재우려 했다”고 반박한다. 그는 두 번째 사망자가 나온 직후 집 앞에서 체포될 만큼 범행 뒤에도 도주나 은폐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김소영은 자신의 행위가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나. 아니면 살인마저 둔감한 ‘사이코패스’인가.
고의성은 법정에서 다퉈질 문제다. 그러나 사건의 진실은 죽은 자의 몸에 그대로 남아 있다. 약물 중독 사건에서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말 없는 시신이다. 국과수 부검감정서는 그 ‘침묵’의 기록이다.
‘이팩트:이것이 팩트다’ 취재팀은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강북의 한 모텔에서 발견된 2차 사망 피해자 B(27)의 부검감정서를 단독 입수했다. 부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연구소에서 진행됐다. 감정서가 나온 건 지난 3일이다. 국과수 부검 결과는 김소영의 해명을 뒤흔들었다.
이팩트 ① “재우려 한 게 아니라 죽을 만큼 먹인 수준”
부검 감정서에 따르면 B는 침대 위에서 오른쪽으로 누운 상태로 사망했다. 몸에 외상은 없었다. 심장ㆍ간ㆍ콩팥ㆍ뇌 등 주요 장기에 병변은 발견되지 않았다. 입 안과 기도, 식도에는 소량의 토사물이 남아 있었다. 폐에서 부종(붓는 증상)과 울혈(혈관에 피가 고여 검붉게 보이는 현상), 폐포출혈이 발견됐는데 보통 급사나 중독사 때 보이는 증상이다.
감정서에는 김소영이 먹인 약물의 종류와 양이 구체적으로 기록됐다. 사망자 B의 심장과 말초혈액에서 8개 약물이 검출됐다. 위, 소장, 대장, 소변에서도 같은 약물들이 확인됐다.
취재진은 김소영이 두 번째 살인 피해 남성 B(27)와 주고받은 대화 기록과 관련 자료 일체를 입수했다. 두 살인이 벌어진 시기 김소영과 연락을 주고받던 C(34)도 만났다.
김소영이 서로 다른 남성 3명과 나눈 대화와 행적, 그리고 경찰 조사 내용을 취재해 종합적인 타임라인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그녀의 이중성이었다. 치밀하게 계획한 정황과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허술한 언행이 동시에 나타났다. 거짓말이 많았고 일반적인 공감능력과 도덕심이 의심되는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택시에서 보낸 두 번째 메시지. 이번에는 ‘현금다발...고마워’라는 말이 등장했다. 이전 대화에서는 한 번도 쓰지 않았던 내용이다.
‘이팩트: 이것이 팩트다’는 ‘강북 모텔 연쇄살인’ 피의자 김소영의 실체를 집요하게 추적했다. 피해 남성들이 받은 문자메시지와 카톡 일체를 입수해 범행 과정을 분석하고, 김소영의 자택,학교,청소년센터,근무지,범행 현장 등을 탐문했으며, 수사기관과 유족을 만나 범죄 전후 상황을 확인해 3회 단독 시리즈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