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달 25일, 한 경제단체 관계자가 한 말이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주요 경제단체의 대외 활동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며 정부 정책에 쓴소리를 내야 할 재계 대변인들이 일제히 침묵하면서, 굵직한 관련 법들이 시행되는 와중에도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경제단체들의 급격한 활동 위축은 이재명 대통령의 이른바 ‘가짜뉴스 질타’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앞서 지난달 대한상의는 상속세 제도 개선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영국 컨설팅사 ‘헨리 앤드 파트너스’ 통계를 인용해 “고액 자산가 2400명이 한국을 떠났다”는 내용을 배포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출처가 불분명한 “가짜뉴스”라며 강하게 질책했고,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가 이례적으로 고강도 감사 절차에 착수했다. 대한상의는 해당 사건 등을 이유로 지난 20일 박일준 상근부회장을 포함한 핵심 임원 4명을 해임 및 의원면직 처리했다.
━
임원 줄퇴진 충격…노란봉투법·상법에도 ‘침묵’
대통령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가 경제단체에 대한 질타와 임원 사퇴로 이어지며 재계는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지난 10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본격 시행됐으나 재계의 대응은 없다시피했다. 노란봉투법은 경제 6단체가 수차례 공동성명을 내고 “산업공동화 현상이 현실화할 것”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읍소할 정도로 격렬히 반대했던 사안이다. 그러나 경총은 법 시행 이틀 전, 노동계에 교섭 절차 준수를 당부하고 정부에 객관적인 판단을 요청하는 원론적 수준의 ‘짧은 입장문’을 내는 데 그쳤다.
기업 지배구조와 직결하는 3차 상법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기업 경영권 방어와 직결된 법안 앞에서도 과거와 같은 강경한 입장표명이나 공동성명 목소리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
재계 “소통 단절로 정책 불균형 우려”
재계 안팎에서는 경제단체의 숨죽인 행보가 자칫 경제 정책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관행같은 매뉴얼이다. 정권 초기엔 재계에 군기가 바짝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노동·안전 등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은 다 공감하지만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기업들의 입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노사 현안이나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 법안 입법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배제될 경우, 결국 정책의 부작용을 키우고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