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열리는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6년 전 한진가(家) 경영권 분쟁 당시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줬던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을 계열사로 둔 한진그룹의 지주사다. 이런 가운데 한진칼의 2대 주주인 호반그룹은 최대주주인 조 회장 측과의 지분율 격차를 크게 좁히며 지배구조 위기설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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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조원태 사내이사 반대”
지난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한진칼 주총 안건인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과 대한항공 주총 안건인 우기홍 대표이사(부회장)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사내이사 후보가 “기업가치 훼손·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사 보수 안건에 대해서도 “보수 한도와 금액이 경영 성과에 비해 과다하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조 회장은 한진칼·대한항공·진에어·아시아나항공 등 4개 계열사에서 총 145억 78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전년(102억1300만원)보다 42.7% 늘어난 액수로 한진그룹 창립 이래 개인이 받은 보수 중 최대 규모다. 하지만 이 기간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실적은 반토막났다. 지난해 대한항공 영업이익(연결기준)은 전년대비 47.2% 줄어든 1조1136억원을 기록했고, 한진칼은 영업손실 7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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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정부 지분, 등 돌릴까.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17일 “일부 기업들이 올해 정기주총에 상정한 안건 중에는 일반주주 권익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상법 개정 취지를 반영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사전에 그 방향을 더 폭넓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4년 대한항공 주총에서도 “주주권익 침해 감시에 소홀하다”며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진칼의 지분 5.44%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그간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됐던 산업은행(10.58%) 역시 조 회장 체제에 경고를 보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권 보호와 이사회 책임 강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환율·고유가로 항공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조 회장이 과도한 보수를 지급받았다는 지적은 범정부 성격의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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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격차 좁힌 2대 주주
재계에서는 조 회장이 고액 보수를 수령한 배경 중 하나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재원 확보를 꼽고 있다. 2대 주주인 호반그룹이 지난 2022년부터 한진칼 지분을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0.56%, 호반건설을 비롯한 호반그룹의 지분율은 18.78%다. 양측의 지분 격차는 1.78%포인트에 불과하다.
조 회장의 경우 보유 주식의 상당 부분이 금융권 담보로 잡혀 있지만, 호반그룹은 자금력이 풍부하다는 점이 조 회장에게는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 당초 호반그룹은 한진칼 지분 매입 이유를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주총에서 조 회장 측 이사 보수 한도 증액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경영참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호반그룹이 한진칼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향후 분쟁이 벌어질 경우 국민연금의 선택이 한진칼의 지배구조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