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처를 숨기고 경호를 강화해도 소용없었다. 지난달 28일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시작으로 이란 수뇌부 인사들이 줄줄이 제거되고 있다. 이란의 실질적 2인자 알리 라리자니(68)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바시즈 민병대 수장 골람 레자 솔레이마니(61), 에스마일 하티브(65) 정보부 장관, 알리 모하마드 나이니(69)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대변인 등이다.
외신은 이란 수뇌부가 하나둘씩 사라지는 데 이스라엘의 정보특수작전국, 모사드(Mossad)의 관여가 있다고 보고 있다. 라리자니의 경우 13일 이번 전쟁 국면에서 처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건재함을 드러낸 뒤 안전한 곳에 숨었다고 생각했겠지만 오산이었다. 이스라엘은 모사드의 정보망으로 라리자니의 동선을 추적하면서 이란의 통신망에 허위 정보를 흘려 라리자니가 안심하도록 만들었다. 딸의 집을 방문하던 라리자니는 16일 그렇게 정밀 타격을 받고 사망했다.
같은 날 숲속 텐트에 숨어있던 솔레이마니도 제거한 이스라엘 정부는 다음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로만 고프만 차기 모사드 국장 내정자가 나란히 앉아 관련 공습을 지시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밖에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사드가 수십 년간 이란 내부에 구축한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를 활용하면서 교통 카메라를 해킹해 하메네이 등 수뇌부 경호원들의 동선까지 샅샅이 들여다봤다고 전했다. 여러 정황이 모사드가 이번 전쟁의 ‘눈’이자 ‘뇌’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트루먼 쇼' 방불케 하는 기상천외한 작전들
모사드는 그전부터 기상천외한 작전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곤 했다. 2024년 9월 레바논에서 무장단체 헤즈볼라 대원들의 삐삐 3000여 대가 동시에 폭발해 30여 명이 숨지고 3000명 이상이 부상당한 전대미문의 작전도 모사드의 작품이었다. 수년 전부터 유령회사를 세워 폭탄 삐삐를 납품하고 "모사드가 휴대전화를 도청하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려 헤즈볼라가 삐삐를 구매하도록 덫을 설계했다.
해당 작전을 놓고 모사드 고위 관계자는 훗날 "우리는 가짜 세계를 만들고 세상은 우리의 무대"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모사드가 무대 뒤에서 통제하는 영화 ‘트루먼 쇼’였다”고 회고했다.
기억을 소환하는 조직으로 각인되다
그런 모사드가 세계에 존재감을 새기기 시작한 방식은 총도, 폭탄도 아니었다. 잊혀진 이름을 역사 앞으로 끌어내는 일이었다. 모사드는 유대인 학살을 총괄한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1960년 이스라엘에서 납치해 예루살렘 법정에 세웠다. 재판의 본질은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흘렀다.
1960년대 시리아에 위장 잠입했다 공개 처형된 전설적인 요원 엘리 코헨의 유품을 2025년 회수해오기도 했다. 이쯤 되면 ‘이스라엘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애국심을 고취하고, ‘우리는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경고로 적대 세력을 주춤하게 만드는 게 모사드의 존재 이유로 여겨진다.
이제는 공포 심리까지 심는다
이제는 심리전에도 발군의 실력을 뽐내고 있다. 모사드 대변인을 자칭하는 페르시아어 소셜미디어(SNS) 계정에는 라리자니 사망이 확인된 직후 "결국 자비 없는 자는 죽는다"는 한 줄이 올라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라리자니 제거에 성공한 후 이란 시민들에게 “축제를 즐기기 위해 밖으로 나오라”고 했고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뒤 모습을 감춘 모즈타바에 대해서도 제거를 장담하고 있다.
이런 카멜레온 같은 모습은 모사드를 단순한 정보기관 이상으로 만든다. 모사드가 지금까지 수십 편의 영화와 드라마로 거듭 불려나오는 것도 그 특별함과 신비함 때문일 것이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무시무시한 집단은 언제, 왜 탄생해 어떻게 자신들의 제국을 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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