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현지시간)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중동 국가 레바논이 폭발음과 연기로 뒤덮였다. 이스라엘 측이 레바논에서 활동하는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궤멸하겠다며 지난 16일 지상전을 개시하면서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이란의 편을 들어 자국 본토를 공격한 것을 빌미 삼아 레바논 전역을 집중 타격하고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과 헤즈볼라의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남부 지역은 물론 수도 베이루트까지 아수라장이다. 국토 면적(약 1만㎢)이 경기도와 비슷하고 인구는 590만 명에 불과한 이 소국에서 19일 기준 1000명 넘게 숨졌고, 남부 지역 주민 105만 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국제구호개발 NGO 레바논월드비전에서 이번 전쟁 관련 대응을 총괄하는 엘리사르 제마옐(38) 총책임자를 지난 20일 서면으로 만나 현지 실상을 들었다.
Q :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지상전을 시작했다. 현지 상황은 어떤가.
A : 이달 초부터 베이루트를 포함해 여러 지역에서 공습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밤에는 폭발음이 선명하게 들려 극도로 긴장된 상황이다. 언제 어떻게 공격이 다시 시작될지 모른다는 점이 가장 두렵다. 일상생활은 완전히 무너졌다. 많은 사람이 출근을 멈췄고, 어린이들은 학교에 갈 수 없게 됐다. 모두 끊임없이 뉴스를 확인하며 피란길에 나서야 할지를 고민한다. 10년 이상 인도주의 분야에서 활동해 왔고 레바논에서만 여러 차례 긴급 구호 활동에 참여했지만 이번 위기는 전쟁의 위협 정도와 속도, 피란의 규모 등 여러 면에서 매우 심각하다.
Q : 베이루트를 비롯한 중·북부 지역에 피란민이 몰려들었을 텐데.
A : 그렇다. 그 규모가 매우 충격적이다. 1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작은 가방 하나만 들고서 혹은 빈손으로 집을 떠나왔다. 정부는 비상체계를 가동하고 학교 건물 등을 이용해 수백 개의 집단 대피소를 마련했지만, 현재 수용 규모가 13만여 명에 불과해 수십만 명이 친척 집 등을 떠돌고 있다. 아이들을 안고 잠자리를 찾아 헤매다 차 안, 길가에서 잠을 청하는 이도 많다. 모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쳐있다. 부모들은 아이들 앞에서 의연해지려 애쓰지만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역력하다. 지역사회에서 음식을 나누고, 서로 지원하고 있지만 엄청난 압박에 직면한 건 부인할 수 없다. 많은 사람이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Q : 가장 시급한 지원은 무엇인가.
A :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기에 당장 하루하루 식량 지원이 절실하다. 긴급 대피소, 깨끗한 물과 위생용품도 부족하다. 부상자가 늘고 있어 의료 서비스도 필요하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심리치료 등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Q : 피란을 떠나온 아이들의 상태는.
A : 피란민 중 약 37만 명이 어린이다. 어린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띌 정도다. 폭발음, 비행기 소음 등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큰 소리만 나도 매우 무서워한다. 울거나 공황 상태에 빠진다. 잠을 자지 못 하는 아이들, 부모 곁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 활달했는데 내성적으로 변했거나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많다. “우린 안전한가요?” “언제 집에 갈 수 있어요?”라는 질문이 끝없이 이어진다.
Q : 월드비전의 활동도 녹록지 않을 것 같다.
A : 전쟁이 일어나자마자 며칠 만에 대응팀을 구성했다. 현재까지 12만 명 넘는 피란민에게 식량과 위생용품, 담요와 같은 필수품을 제공하며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많은 직원이 이번 전쟁의 영향을 받아 진행이 쉽지는 않다. 일부는 피란을 떠나기도 했고, 위험 지역에 가족이 있어 노심초사하는 직원도 많다. 그럼에도 접근이 어려운 남부지역에서 현지 파트너 기관과 협업하는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해 최대한 많은 이를 돕고자 한다.
Q : 가장 중요한 활동이라면.
A :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동 구호다. 두려움과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도록 여러 지원을 하고 있으며, 특히 학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학교는 단순히 교육만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아동들에게 일상의 안정을 주는 곳이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