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조광현 새길병원 원장 반복해 맞으면 뼈의 질에 악영향 조직 회복·강화하는 치료 고려해야
병원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원장님, 시원하게 뼈 주사 한 방만 놔주세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늘 잠시 멈칫하게 된다. 요청 자체는 너무 익숙하지만, 바로 그 익숙함이 오히려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무릎이 아프고, 어깨가 결리며, 허리가 뻐근할 때 많은 환자가 ‘시원한 한 방’을 기대하며 진료실을 찾는다. 주사 한 방이면 모든 통증이 사라지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어서다. 환자들이 부르는 주사 이름은 다양하다. 뼈 주사, 염증 주사, 관절 주사, 뼈에 좋은 주사…. 그러나 이들의 본질은 하나다. 바로 스테로이드 주사다.
스테로이드는 급성 염증이 극심해 밤잠을 설치거나 관절이 붓고 열이 펄펄 날 때 그야말로 최고의 소방차 역할을 한다. 불길을 빠르고 강력하게 잡아주는 만큼 이런 경우라면 적극적으로 권하는 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소방차가 불을 끈 뒤에도 계속 불러대는 경우가 많아서다.
스테로이드는 염증을 진정시키는 동시에 주변 조직에 미묘한 손상을 누적시킨다. 힘줄을 얇아지게 하고 연골을 메마르게 하며, 장기적으로는 뼈의 질(質)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스테로이드 주사를 반복해서 맞으면 그 위험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의학적으로 권고하는 스테로이드 주사 투여 기준은 같은 부위에, 3~6개월에 한 번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 간격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환자들은 “효과가 너무 좋아서요” “다른 치료를 받을 시간이 없어서요”라며 스테로이드 주사 처방을 원한다.
다행히 현대 의학에는 좋은 대안들이 있다. PDRN(Polydeoxyribo nucleotide) 주사는 손상된 세포의 재생을 촉진하고, PRP(Platelet-Rich Plasma) 주사는 환자 본인의 성장 인자를 이용해 자연 치유력을 극대화한다. 히알루론산이나 콜라겐 기반 주사는 관절의 윤활과 충격 흡수 기능을 보강해준다. 물론 이 치료들은 스테로이드만큼 즉각적이고 극적인 효과는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방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통증을 덮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실제로 회복시키고 강화하는 길을 선택한다.
필자는 환자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한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시간을 빌리는 것입니다. 그 시간 동안 제대로 재활 치료를 받고, 생활 습관을 바로잡으며, 근력을 키우는 것이 진짜 치료입니다.” 소방차는 위급 상황에 꼭 필요하다. 그러나 뼈를 다시 튼튼하게 세우는 일은 결국 환자 자신의 노력과 조직을 살리는 치료를 함께 했을 때 가능하다. 단순히 통증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건강한 관절을 만드는 선택을 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