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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동맥류 수술 전 빈혈 관리로 수혈 위험 줄이고 회복 앞당겨” [Health&]

중앙일보

2026.03.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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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방재승·이시운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정맥 철분 주사제 투여 때 효과 입증
수술 중 발생하는 수혈 필요성 낮춰
다음 날부터 걸을 만큼 회복도 빨라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방재승(왼쪽)·이시운 교수는 “뇌동맥류 클리핑 수술을 앞둔 철결핍성 빈혈 환자라면 수술 전 빈혈을 교정하는 것이 수혈 감소로 이어지는 안전한 치료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머릿속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뇌동맥류. 뇌혈관이 약해지면서 일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을 말한다. 혈관이 파열되기 전(비파열성 뇌동맥류)까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조용히 진행되다 한순간 터지면 생명을 위협한다.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 혈류를 미리 차단하는 ‘클리핑(clipping) 수술’을 시행한다. 다만 수술 과정에서 출혈이 생기면 일부 환자에서 수혈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수혈이 수술 후 환자 회복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접근으로 수술 전 빈혈을 교정하는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철결핍성 빈혈 환자에게 수술 전 고용량 철분 주사제를 투여했을 때 실제 수혈 감소로 이어지는 근거가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이시운·방재승 교수를 만나 비파열 뇌동맥류 치료의 변화를 짚어봤다.


Q : 클리핑 수술은 어떤 치료인가.
A : 방재승 교수(이하 방) “클리핑 수술은 동맥류를 금속 클립으로 묶어 혈류를 차단하는 치료다. 뇌동맥류 파열 위험을 제거하는 예방적 수술 중 하나다. 비파열 뇌동맥류는 아직 터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견된 뇌혈관 이상을 의미한다. 대부분 증상이 없어 문제를 자각하기 어렵지만, 한 번 파열되면 사망률이 30~6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Q : 수술 과정에서 수혈은 얼마나 발생하나.
A : 이시운 교수(이하 이) “실제 적혈구 수혈은 약 9.5~28.3% 범위로 보고된다. 과거에는 50~60%까지도 이뤄졌다. 환자군, 수술 난도, 수혈 기준 등에 따라 차이가 크다.”


Q : 빈혈과 수혈이 각각 문제가 되는 이유는.
A : “빈혈은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이 떨어진 상태다. 빈혈 환자의 경우 수술을 견디는 힘이 떨어질 수 있고, 뇌 허혈 위험도 크다. 적혈구 수혈은 산소 전달을 개선하는 직접적인 방법이지만,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면역 조절 변화나 감염, 알레르기, 혈전색전 위험 등이 대표적이다.”


Q : 수술 전 빈혈 교정 전략이 중요해 보인다.
A : “빈혈과 수혈은 각각 독립적으로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두 가지를 모두 줄이는 접근이 필요하다. 수술 전에 빈혈을 교정하면 수혈 자체가 감소해 근본적인 해결법이 된다.”


Q : 임상적 근거는 어떤가.
A : “그간 관련 근거는 부족했다. 대부분 후향적 연구였고, 연구마다 수혈 기준도 일정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신경외과는 응급성이 높은 환자가 많아 빈혈을 체계적으로 교정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연구팀은 이런 공백을 메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철결핍성 빈혈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 연구에서 수술 전 정맥 철분 주사제 투여가 수혈 필요성을 유의하게 낮춘다는 결과를 확인한 것. 연구를 주도한 이 교수는 “중간 분석 단계에서 연구를 조기 종료할 만큼 치료 효과가 명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Q : 구체적인 결과는.
A : “철결핍성 빈혈 환자에게 수술 약 4주 전 고용량 정맥 철분 주사제인 페린젝트를 투여한 결과, 수술 전 혈색소가 유의하게 상승했다. 수술 중 출혈이 발생해도 수혈이 필요한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대조군에서는 약 57%가 수혈을 받았지만, 철분 주사군에서는 수혈 필요성이 뚜렷하게 낮아졌다. 또 철 저장 지표가 수술 후에도 높게 유지돼 혈색소 회복이 더 빨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환자혈액관리(PBM)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Q : 철분 주사제가 경구약과 다른 점은.
A : “먹는 철분제는 개인마다 흡수율이 다르다. 대표 부작용인 위장 불편감도 흔해 복용을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반면 철분 주사제는 짧은 시간에 필요한 철분을 보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4주 내 혈색소를 2~3g/dL 정도 올릴 수 있어 예측 가능성이 높다. 수술 일정이 정해진 상황에선 더 현실적인 관리법이 된다.”


Q :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없나.
A : 이 “중대한 이상 반응은 없었다. 저인산혈증이 일부에서 나타났지만, 대부분 무증상이었고 수술 후 정상으로 회복됐다. 다만 영양 상태가 좋지 않거나 반복 투여가 필요한 환자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Q : 향후 연구 계획은.
A : “수술 후 빈혈 환자에게 철분 주사제를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모야모야병 등 다른 뇌혈관 질환으로도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뇌수술 환자의 빈혈 관리 전략을 정립하는 것이 목표다.”


Q :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A : “빈혈이 있는 환자와 없는 환자는 회복 속도가 확연히 다르다. 같은 수술을 받더라도 혈색소가 충분히 유지된 환자는 수술 다음 날부터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이 빠르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 환자라면 수술 전 빈혈을 교정했을 때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A : “최근 뇌 수술은 수혈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치료 전략이 바뀌고 있다. 특히 수술 전 빈혈은 수술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적인 변수다. 수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빈혈을 교정하는 것이 안전한 회복을 위한 치료의 일부라고 봐야 한다.”



신영경([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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