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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노란 불꽃처럼 뭉쳐 피어나, 봄

중앙일보

2026.03.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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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된 지 석 달째인데도 왠지 만나면 새해 인사를 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새 학기가 시작되고 봄이 와야 한 해가 시작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일 거예요. 추운 겨울을 지내다 보면 언제 따듯한 봄이 오나 간절히 기다리게 되죠. 그러다가 어느 날 스치는 바람 안에서 봄의 기운을 느끼게 되고 햇살이 더욱 따듯해지면 봄이 왔음을 실감합니다. 저마다 봄이 온 걸 알게 해주는 특정한 자연 현상들이 있어요. 봄이 되면 꽃을 피우는 식물의 경우 그 자체가 봄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흔히 ‘봄의 전령사’라고 하죠. 소중 독자 여러분에게는 어떤 식물이 봄의 전령사인가요. 예를 들면 개나리·진달래·목련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수유를 보고 봄의 전령사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죠. 이번 호에서는 노랗게 피어나 봄소식을 알려주는 산수유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72 산수유

산수유는 흔히 생강나무와 헛갈려 하는 경우가 많아요. 노랗게 꽃이 핀다는 사실 외에는 닮은 점이 별로 없음에도 같은 시기 같은 색 꽃이 피니 헛갈리기 쉬운가 봐요. 사실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여러 가지 다른 점들이 많습니다. 먼저 수형(나무 모양)에 차이가 있죠. 산수유는 층층나무과고 가지가 마주납니다. 생강나무는 녹나무과고 가지는 어긋나지요. 수피(나무껍질)도 생강나무가 매끈한 데 반해 산수유는 덕지덕지 갈라진 게 붙어있는 모습입니다. 잎의 모양도 다르죠. 산수유는 보통 나뭇잎 하면 떠올리는 길쭉한 타원형을 띠는 반면 생강나무는 공룡 발자국처럼 세 갈래로 갈라져 넓적한 형태예요.

아직 둘 다 잎이 보이지 않을 때이니 먼저 피어나는 꽃으로 구분해볼까요. 노란빛으로 꽃 색깔은 비슷하지만 모양이 많이 다릅니다. 생강나무 꽃이 가지에 붙은 듯 피어나는 반면 산수유는 꽃자루가 길죠. 우리가 한 송이로 생각하는 산수유 꽃은 사실 작은 여러 송이가 모인 겁니다. 각각 네 갈래로 갈라지는 꽃잎이 길쭉하게 대롱처럼 긴 꽃자루에 달렸죠. 마치 불꽃놀이를 할 때 노란 불꽃이 사방으로 튀는 것과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72 산수유

산수유 하면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배운 김종길의 시 ‘성탄제’가 생각납니다.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인가’ 하고 마무리되며 유년 시절 느낀 아버지의 사랑을 이야기하죠. 시에서 아픈 화자를 위해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산수유 열매를 따 오듯이 산수유는 예전부터 약으로 사용됐어요. 씨앗은 제거하고 붉은 과육만 말려서 차로 마시거나 약재로 쓰죠. 새콤하고 떫은맛이 나며 몸이 허할 때나 허리·무릎이 시리고 통증을 느낄 때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해요. 과거에는 산수유 씨앗을 제거하기가 어려워서 이로 깨물어서 빼내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수유 마을로 유명한 전남 구례군 산동면 처자들은 치아만 봐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고 하죠.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산수유 마을에선 해마다 3월 중순부터 약 12만 그루의 산수유가 노랗게 피어나 마치 황금 들판을 연상케 합니다. 그때를 맞춰 산수유꽃축제도 열죠.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72 산수유
산수유를 관찰하다 보면 작년의 열매가 겨울을 거쳐 봄까지 그대로 달린 경우를 종종 봅니다. 올해 새로운 꽃이 피었는데 아직도 작년의 열매가 달려있으니 신기한 모습이죠. 이러한 나무를 ‘실화상봉수’라고 합니다. 자연에서는 생각보다 흔히 관찰할 수 있어요. 작년에 생긴 열매가 모두 멀리 이동해서 새로운 싹을 틔워 번식에 성공하면 좋겠지만 이듬해까지도 그냥 나무에 매달려 있는 거죠. 그러다가 꽃이 피면 열매와 꽃이 서로 만나는 부모와 자식 상봉을 하게 되는 셈인데요. 씨앗을 심으면 꽃이 피니, 부모와 자식 관계라고도 볼 수 있고요. 만약 나무가 부모라고 본다면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가 만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은 꽃들이 여럿 뭉쳐 큰 꽃처럼 보이는 산수유라 그런지 다양한 사연이 담겨 있네요. 새봄을 맞아 어떤 새로운 일이 또 우리 앞에 나타날지, 어떤 사람들과 어떤 사연을 만들어 갈지 설레며 기쁜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길 바랍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현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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