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러시아에서 유학하던 시절, 예술이나 연기 등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던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런 얘기를 자유롭게 하는 분위기였고요. 한국에 와서 배우 생활을 하다 문득 그 친구들과 그 자유로운 분위기가 그리워지더군요. 그런 감정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다 그리움을 표현하는 방법을 찾게 됐는데, 그 매개가 그림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어떻게 그릴까’보다 ‘그림이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고요. 저에게 그림은 어떤 정답을 찾는 작업이라기보다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되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면서 제 감정을 들여다보고, 제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인 셈이죠.
Q :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에서 '제4의 벽'은 무슨 의미인가요.
저는 오랫동안 연기하며 연극·영화·드라마를 만들어온 배우로 '제4의 벽'은 그 시간 내내 함께한 아주 오래된 주제이자 철칙이었죠. 연극에서 ‘제4의 벽’은 무대와 관객 사이에 있다고 가정하는 보이지 않는 벽을 의미하는데, 배우는 그 벽이 존재하는 것처럼 연기하지만 때로는 그 벽을 깨고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기도 합니다. 저에게 ‘제4의 벽’은 단순한 연극 용어가 아니라 자신과 세상 사이의 경계이자 마음속에 존재하는 벽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장은 작가의 작업장으로 꾸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경험하도록 배치했죠.
Q : 이번 전시 작품들을 준비하며 어떤 부분을 가장 많이 고민했는지, 전시명에 ‘쑈’를 붙인 이유도 궁금합니다.
미술 전시를 보러 갈 때 미리 공부하고 가야 할 것 같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전시가 더 쉽고 재미있고 감동적일 수 있을까 고민했고요. 그래서 우선 접근성이 좋은 전시 공간을 알아보다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전시하게 돼 기분이 참 좋았죠. 전시명에 ‘쑈’를 붙이면 공부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고요. 그렇게 해서 두 번째 개인전 제목이 '박신양 전시쑈'로 정해졌죠.
Q : 이번 전시 특징이나 독특한 점 소개해 주세요.
이번 전시에는 연극적 요소를 넣어 관객들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전시장에는 배우들이 등장해 작가의 작업실을 상징하는 공간 속에서 움직여요.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정령들이 살아 움직인다는 '호두까기 인형'의 설정에서 착안했죠. 광대 분장을 한 정령은 바닥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거나 자신들만의 언어로 소리를 내며 이야기를 나눠요. 간혹 이들이 전시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거나 왜 이런 시도를 하느냐고 묻는 분도 있죠. 왜 이런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보는 전시가 아니라 관객 스스로 이야기를 완성하는 전시를 만들고 싶었고 이런 점이 이번 전시의 독특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 관객이 이번 전시를 통해 꼭 느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요.
저는 이번 전시가 정답을 알려주는 전시가 아니라 질문을 남기는 전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지만, 그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경우는 많지 않죠.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 또한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분들이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