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로 숨진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이 더뎌지면서 유족들의 기다림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숨진 14명 중 신원 확인을 마친 희생자는 2명으로, 12명은 아직 확인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시신은 지난 20~21일 현장에서 발견한 뒤 대전지역 병원 장례식장 4곳에 분산해 안치돼 있다.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져 유전자·지문 검사 등을 하고 있지만, 시신 훼손이 심해 최종 신원 판단이 지연되고 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탓에 장례 역시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
유족들은 대전시가 마련한 시청 2층 대기실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이날 오전 유족대기실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난 희생자 가족들은 신속한 신원 확인을 거듭 요청했다. 한 유족은 고용노동청 직원에게 “신원 확인은 언제(마칠 수 있냐)”라고 물었다. 유족이 분향소 운영 관련 건의를 하자 김 장관은 “더 잘 챙기도록 하겠다”며 “(현장)감식할 때 철저하게 조사하겠다. 철저한 조사로 재발 방지를 하는 게 고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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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청 합동분향소 추모 발길
일부 유족은 합동분향소에 놓인 고인의 위패 앞에서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유족 명찰을 단 한 여성은 합동분향소 위패를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뒤이어 온 희생자 백모씨의 어머니는 “네가 왜 거기에 있어. 우리 애기 어떡하면 좋아. 얼마나 무서웠어”라며 눈물을 흘렸다. 위패를 끌어안은 한 노모는 “아들아 이게 웬일이냐. 우리 아들 어떡하냐. 네가 이렇게 갈 줄 누가 알았을까”라며 주저앉았다. 합동분향소 앞은 연신 곡소리가 울렸다.
유족 대기실이 있는 대전시청엔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근로복지공단 등 30여 개 기관이 지원반을 가동해 유족을 돕고 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구급차 5대를 배치했다. 안전공업 직원들은 유족을 대신해 침통한 표정으로 합동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는 전날에 이어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손 대표는 “우리 사원들에게 너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희생자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시신이 많이 훼손된 경우가 있어 평소보다 신원 확인이 늦어질 거란 말이 들린다”며 “희생된 분들이 하루빨리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시민 민모(65)씨는 “건축 자재도 그렇고, 내부에 인화성 물질이 많았다고 나오는데 평소에 관리 감독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안전한 사회를 말로만 하지 말고, 사고가 나지 않게 관계기관이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