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 참사와 관련, 불꽃이 공장 천장에서 시작했다는 진술이 나옴에 따라 화재 확산 원인이 유증기(油蒸氣)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이 공장 내부 곳곳에는 절삭유(切削油)와 기름때 등이 많았다는 소방 당국의 발표가 있었다. 이에 유증기와 절삭유 등 유류가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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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등 공기 중 노출되면 유증기 발생
23일 대전경찰청과 대전대덕소방서 등에 따르면 안전공업의 한 직원은 경찰에서 “근무 도중 4라인 천장 덕트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보고 소화기를 가지러 가던 중 불길이 급속히 확산했다”며 “다른 직원들이 ‘피해야 해’라고 소리쳐 그대로 밖으로 빠져나왔다”고 진술했다. 불이 난 공장 1층에는 생산라인 4개가 있으며, 공정 특성상 24시간 기계를 가동한다. 이에 점심시간에도 라인별로 직원 1명이 남아 정상 가동 여부를 확인한다. 경찰은 직원이 목격한 천장 덕트가 최초 발화 지점인지는 현장감식을 통해 정확하게 밝혀낼 방침이다. 소방당국은 화재 당시 구조를 요청한 직원들로부터 “1층에서 시작한 불이 2~3층으로 올라온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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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 등 전기적 요소가 유류와 만나 폭발 가능성"
이에 전문가들은 몇 가지 요인에 의한 화재 가능성을 제기한다. 목원대 채진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천장에서 불이 시작됐다면 스파크 같은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 불꽃이 유증기와 접촉하면서 폭발적으로 확산했을 수가 있다”고 말했다. 유증기는 유류가 공기 중에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가스를 말한다. 유증기는 휘발유나 등유(석유)등에서 쉽게 발생한다. 공장 내부 곳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절삭유에서도 유증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유증기는 공기보다 무겁지만, 실내 공기가 가열되면 열 부력(浮力) 때문에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다. 유증기는 섭씨 100도가 넘는 상태에서 불꽃이 닿으면 폭발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앞서 소방당국은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불이 난 공장 내부 바닥 등에 절삭유 등이 산재해 있었다”라며 “이런 작업 환경이 화재를 급속히 확산하는 데 기폭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절삭유는 절삭기계 등에 사용하는 일종의 윤활유다. 절삭유는 인화점이 섭씨 200도여서 휘발유보다는 불이 잘 붙지 않는다. 다만 한 번 불이 붙으면 잘 꺼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도 직원들이 절삭유 등 기름 문제를 제기했다. 연구개발(R&D) 파트 직원인 D씨도 2024년 10월 29일 “회사의 단점은 기름이 많아 미끄러워 걸을 때마다 중심을 잡느라 무릎이 몹시 아프다”고 적었다. 다른 생산엔지니어 E씨도 2025년 8월 6일 “공장이 오래됐고, 오일이 엄청 날린다”며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밝혔다.
우석대 공하성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만약 천장에서 불이 처음 났다면 전기 화재 가능성이 있고, 유증기가 기폭제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기계 마찰로 인한 불꽃 등 다른 화재 발생 요인도 있는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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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륨은 허가 용량 이하 보관
안전공업측은 각종 유류 외에도 위험 물질인 나트륨도 취급했다. 다만 이 업체는 나트륨 보관 용량이 허가 기준을 초과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소방당국은 화재 당시 나트륨 101kg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대덕소방서에 따르면 안전공업은 나트륨 200kg까지 취급 허가를 받았다. 나트륨은 10kg 이하면 허가 없이 취급할 수 있다고 한다. 안전공업에서는 지난 21일 화재가 발생해 14명이 숨지는 등 사상자 74명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