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진했지만, 절반의 승리’
22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이 바람을 일으켰지만 파리, 마르세유 등 주요 대도시 공략에는 실패했다.
로이터와 AP통신 등은 23일 전날 치러진 선거에서 RN이 6년 전 지방선거(12곳)보다 5배가량 늘어난 60곳 안팎에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외신들은 “극우정당 RN이 전국적으로 뿌리를 넓혔다”고 평가하면서 “주요 거점 대도시에서는 패했다”고 지적했다.
일단 역대 최고 성과를 거둔 RN은 만족하는 분위기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당선자 수가) 역대 최대 규모”라며 “오늘밤의 성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자평했다. 내년 열리는 대선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마린 르펜 의원도 “시민들이 국가적 가치를 위해 우리 후보에게 표를 줬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선거에서 극우 진영이 거둔 가장 큰 승전보는 남부의 대도시 니스 시장 선거에서 에리크 시오티가 거둔 승리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과 결별하고 RN과 연대한 시오티는 22일 2차 투표에서 48.54%를 득표해 당선됐다. 르펜 의원이 언급한 것처럼 2027년 대선에서 우파 연대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모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절반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건 남부를 중심으로 한 지방에서의 승리와 달리 전국 단위의 주요 대도시에서는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15일 1차 투표에서는 1위를 한 RN 후보들이 22일 2차 투표에서는 낙선하는 지역들이 속출해 프랑스 사회의 극우에 대한 거부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1차 투표에서 정당별로 흩어진 표심이 2차에서 ‘반(反) 극우 전선’으로 모아진 것이다.
툴롱 시장에 나선 로르 라발레트 RN 후보는 1차에서는 1위로 결선에 진출했지만, 2차 투표에선 조제 마시 현 시장(우파 성향 무소속)에게 낙선했다. 님에서도 1차에서 선두를 달리던 줄리앙 산체스 후보가 좌파 연합 후보에 패배했다.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도 비슷했다. 생드니 등에서 당선자를 내며 역대 가장 좋은 성과를 냈지만, 툴루즈, 리모주 등에선 1차 투표 선두-2차 투표 낙선의 과정을 밟았다.
사회당·녹색당이 중심이 된 좌파 연합 세력은 수도 파리를 비롯해 리옹, 마르세유 등 주요 대도시에서 수성에 성공하면서 존재감을 확인했다. 사회당이 25년간 집권한 파리에서는 에마뉘엘 그레구아르 파리 부시장이 승리했다.
한편,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패배자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꼽힌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여당 르네상스는 마크롱 정부의 문화부 장관 출신 라시다 다티를 내세웠지만, 사회당 그레구아르에게 큰 표차로 패한 것을 비롯해 리옹, 마르세유 등 주요 대도시에서 모두 패배하거나 1차 투표에서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유일하게 승리한 대도시는 토마스 카즈나브 후보가 현직 시장을 꺾은 보르도 정도가 꼽힌다.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들은 “지역조직이 부실한 마크롱 정당의 한계가 재확인된 선거”라며 마크롱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북부 르아브르에서 3선에 성공한 중도보수 성향의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가 중도 보수·중도 좌파 등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 풍향계'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중도 진영을 대표했던 여당 르네상스가 참패하고, 양극단 정당들이 지방에서 약진하면서 프랑스 정치권에서 전통적으로 작동했던 ‘공화주의 전선(Cordon Sanitaire)’이 약화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RN 시장후보들이 1차 투표에서 득표율 1위를 기록한 뒤 결선투표에서 패배하는 기존 패턴이 주요 대도시에서 나타나면서 그동안 주요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1위에 올랐던 바르델라 RN 대표의 대선 가도 역시 경고음이 켜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