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김정은을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하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김정은의 최측근인 조용원으로 바꾸는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달 개최한 9차 당대회 결과의 후속조치 격으로 ‘김정은주의’를 국가운영의 절대 원리로 확립하면서 국무위원회 중심의 통치 시스템이 안착했다는 걸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23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 1일 회의가 22일에 진행됐다”며“김정은 동지를 국무위원장으로 또다시 높이 추대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헌법은 국무위원회는 국가주권의 최고 정책적 지도기관으로, 국무위원장을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영도자로 규정하고 있다. 김정은은 2016년 6월 신설된 국무위원회 위원장에 올랐고 3년 뒤 다시 추대됐다가 이번 회의에서 재추대됐다. 이일환 당 비서는 추대사에서 “우리는 그분을 너무도 경모하며 따르며 숭배하고 있다”며 “김정은 동지의 위대함이야말로 이 조선의 제일 국력”이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4기 추대 제의 때에는 ‘김일성-김정일주의’ 등 선대와의 연결성을 강조하는 표현이 있었는데 이번엔 포함되지 않았다”며 “추대를 통한 국가 목표도 ‘인민의 나라, 자주, 자립, 자위의 강국으로 융성번영’ 등으로 선대 사상적 계승성이 삭제됐다”고 분석했다.
최고인민회의를 이끄는 상임위원장에는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조용원이 선출됐다. 2019년부터 7년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아왔던 최용해는 지난달 노동당 중앙위원회 명단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9차 당대회 당시 당중앙위원회 비서국·부장 명단에서 제외된 조용원이 그 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최용해는 이날 회의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영구화”했다고 소회를 밝혔는데 전임자가 고별사를 한 건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조용원은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도 맡으면서 당에 이어 국가기구까지 장악하며 사실상 2인자 자리를 공고화했다.
내각 인선에서는 박태성 총리가 유임한 가운데 내각총리를 역임한 김덕훈 노동당 경제부장이 제1부총리로 임명됐다. 김덕훈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8기 13차) 이후 공개 석상에서 식별이 뜸해졌고 지난 1월 공장 현대화 준공식에서 김정은이 공개 질타를 했지만, 주요 보직을 차지했다. 해임과 강등, 재신임을 반복하는 전형적인 김정은식 회전문 인사의 패턴으로 풀이된다. 외교사령탑인 최선희 외무상과 러시아와의 교류 협력을 주도하고 있는 윤정호 대외경제상은 직책을 유지했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국무위원회 위원에서 제외됐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가기구(국무위) 직책보다 상위 개념인 당 직책에 중점을 둔 인사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위상 추락이 아닌 전략적 역할 분담 가능성이 있다”며 “김여정이 당 중앙에서 정책 전반을 조율하는 더 높은 차원의 역할을 할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선박공업성의 명칭이 제2경제위원회 선박공업성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제2경제위원회는 군수 제품의 계획·생산 등을 관장하는 독자 기관이다. 선박공업부를 내각에 두면서 해군력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함정 건조에 추진력을 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문은 국무위원의 사진과 직책을 공개하면서 국가보위상인 이창대를 ‘국가정보국장’으로 소개했다. 국가보위성의 명칭이 국가정보국으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신문은 이날 1차 회의에서 사회주의 헌법 수정보충, 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수행 문제 등도 의안으로 상정됐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