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고교 선배와 '재판거래' 의혹…현직 부장판사 구속기로

중앙일보

2026.03.22 21:28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고등학교 선배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재판에서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 현직 부장판사가 구속 기로에 놓였다. 현직 판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이후 10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김진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3시부터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김모 부장판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10시에는 김 부장판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정모 변호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열었다.

김 부장판사는 2023~2025년 전주지법에 근무하면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고교 선배인 정 변호사로부터 수백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정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에게 현금 300만원과 향수·옷·돌반지 등을 제공하고, 김 부장판사의 아내가 바이올린 교습소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금품 수수의 대가로 ‘재판 거래’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김 부장판사가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에서 1심 형량을 항소심에서 감경하는 등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변론이나 선고 전후 두 사람이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두 사람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금품과 선물은 김 부장판사의 배우자가 정 변호사의 아들에게 약 27회 무상으로 바이올린 레슨을 해준 데 대한 사례일 뿐, 재판 관련 청탁이 아니라는 취지다. 무상 사용으로 지목된 건물 역시 임대차 계약을 추진하다 용도변경이 불발돼 계약이 무산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4월 25일 중앙일보 보도([단독]“변호사 남편이 판사에 밑밥”…법원 뒤집은 ‘뇌물죄 전쟁’)로 처음 알려졌다. 정 변호사와 이혼 소송 중인 배우자가 의혹을 제기하며 고발장을 제출했고, 공수처는 지난해 9월 전주지법과 김 부장판사 자택, 정 변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지난 2월 김 부장판사를 두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21년 공수처 출범 후 현직 판사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부장판사 측은 구속영장 청구 후 입장을 내고 “공수처가 그동안 무리하고 탈법적인 수사를 진행하다가, 증거를 왜곡헤 무리하게 구성한 혐의사실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혐의와 관련된 것이 아닌 수사 정당성을 문제삼은 것으로 사건 본질을 흐리는 주장”이라며 “구속심사 과정에서 관련 증거와 법리를 충실히 설명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서인([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