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방탄소년단(BTS)이 3년 9개월 만에 정규앨범 ‘아리랑(ARIRANG)’을 내놓으며 컴백을 알렸다. 21일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이 펼쳐졌고, 라이브 생중계 영상은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77개국 영화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14개의 곡, 1시간의 컴백 공연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가 아직 많다.
한국 민요 아리랑은 어쩌다 이 앨범의 이름이 됐고, 첫 트랙 ‘바디 투 바디(Body to Body)’에 아리랑이 샘플링 된 이유는 뭘까. 멤버들은 타이틀곡 ‘스윔(SWIM)’을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을까. 넷플릭스는 오는 27일 이 앨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약 9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으로 공개한다.
다큐를 연출한 감독 바오 응우옌은 언론 시사회가 열린 20일 내한 간담회에서 “지금이 BTS의 커리어 중 굉장히 특별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 순간에 함께하게 되어 정말 큰 행운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자리에 함께한 프로듀서 제인 차 커틀러 역시 “(BTS) 커리어의 중간지점을 담아낸 다큐”라며 “한 아티스트의 커리어가 최고점을 찍고 멈추었다가 이런 기대를 받으며 재개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BTS의 다큐는 이미 여섯 편이나 개봉했다. 2017년 월드 투어를 주제로 한 다큐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Burn the Stage: the Movie)’(2018)부터 멤버들의 입대 전 마지막 부산 콘서트를 담은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BTS: Yet To Come in Cinemas)(2023)’까지 공연실황·투어 등을 기록한 영화들이 있었다. RM·슈가·제이홉·지민·정국 등 멤버 개인을 담은 다큐까지 합하면 그 수는 열세 편에 달한다.
‘BTS: 더 리턴’은 감독과 프로듀서의 소개처럼 이들이 BTS 2.0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에 주목한다. 지난해 6월 슈가를 마지막으로 군 복무를 모두 마친 멤버들은 두 달 뒤 팬 플랫폼 ‘위버스’ 등을 통해 LA에 모여 새 앨범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렸다. 다큐는 이때 온라인상으로나마 BTS 7명과 아미(팬덤명)가 다시 만난 순간으로부터 시작한다.
다큐엔 이들이 LA로 떠난 이유도 나온다. BTS는 데뷔 1년 차 힙합 콘셉트 아이돌이었던 시절, 엠넷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방탄소년단의 아메리칸 허슬 라이프’(2014, 8부작)에 출연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설적인 힙합 뮤지션 워렌지, 쿨리오 등을 만나 힙합을 배우고, 첫 미국 무대를 꾸렸다. 서부 힙합의 본고장이라고 불리는 LA를 BTS의 ‘초심’이 깃든 공간으로 해석한다면, 이들이 LA에 다시 돌아와 두 달간 앨범 작업을 한 이유도 짐작해볼 수 있다. 다큐에는 LA를 누비며 당시를 떠올리는 BTS 멤버들의 모습, 당시 프로그램과 2023년 공연 실황 다큐를 비교해보며 자신들의 뿌리를 곱씹는 장면이 담겼다.
앨범을 구상하던 BTS는 이보영 빅히트뮤직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아리랑’이라는 콘셉트를 제안받는다. 이 프로듀서는 미국에서 한국인 최초로 음원을 녹음한 청년 7인의 이야기가 1896년 미국 언론에 보도되었다며 이들이 녹음한 ‘아리랑’으로부터 앨범을 구상해보자고 말한다.
멤버들은 “머리는 알겠으나 몸은, 영웅과 전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약간 알레르기가...”, “감도 안 잡힌다”, “너무 직접적인 것 아니냐” 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후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자기 나라 민요를 세계인들 앞에서 불렀을 때의 감동을 포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설득하자 나름의 합의를 거쳐 ‘바디 투 바디’에 아리랑을 녹여보기로 한다.
다큐에 새 앨범 콘셉트만큼 많이 담긴 건 BTS가 느끼고 있는 압박감이다. 진은 다큐 속 한 장면에서 “(준비하는 지금이) 너무 신나고 행복한 순간인데, 솔직히 얘기하자면 버겁다”며 “저는 제 주제에 맞지 않게 너무 성공했”다고 털어놓는다. 이들이 느끼는 부담은 멤버들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과 앨범을 준비하는 녹음실에서 불쑥, 자주 튀어나온다. ‘하루하루 물살을 밀고 나가듯 살아가자’고 말하는 타이틀곡 ‘스윔’은 그런 압박 속에서 멤버들이 버티는 마음가짐일지도 모른다.
김현정 빅히트 뮤직 부사장(VP)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소중한 순간을 나만 볼 수 없다”고 생각해 다큐멘터리 기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리랑’을 출발으로 BTS는 다음 챕터를 열게 되었는데, 준비 과정을 많은 분들이 보고, 공감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