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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불능" "짜인 각본"…이정현 '대구 컷오프'에 국힘 초토화

중앙일보

2026.03.23 01:43 2026.03.23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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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구시장 후보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주호영·이진숙 예비후보를 컷오프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통제 불능 사태인가, 각본에 따른 약속 대련인가.

6선의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에서 컷오프(공천 배제) 시킨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국민의힘에서는 “통제 불능의 외골수가 불러온 사태”라는 평가와 “각본에 의한 전략적 행동”이란 의심이 동시에 나왔다.

이 위원장은 23일 페이스북에 “관례대로, 순서대로, 눈치 보며 공천을 한다면 결국은 공멸이라고 판단했다”며 “당 재건을 위한 불가피한 진통”이라고 썼다. 전날 컷오프 결정 이후 당내 반발이 커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당초 전날 공관위에서 대구시장 공천 논의는 예정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장동혁 대표가 대구 지역 의원 12명 전원과 비공개 회동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고 밝힌 직후 상황이 급변했다. 이 위원장이 공관위 회의에서 ‘대구시장 컷오프 안건’을 올렸다는 것이다. 한 공관위원은 “독단적 결정에 일부 공관위원은 강하게 항의했다”고 전했다. 실제 정희용 사무총장과 최수진 의원은 반대했고, 서지영 의원이 기권하는 등 반발이 일었고, 장 대표도 20여분 간 통화하며 설득했지만 이 위원장은 컷오프 방침을 관철했다.

이 위원장과 당 지도부의 엇박자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16일엔 이 위원장이 박형준 부산시장 컷오프를 강행하려 하자, 정 사무총장 등 일부 공관위원들이 반발하며 회의가 중단됐다. 이 위원장이 지난 13일 사퇴 의사를 밝힌 것도 후보자 컷오프 문제를 둘러싼 공관위 내부 이견 때문이었다. 지도부 인사는 “현직 사무총장의 컷오프 반대 의견엔 대표 의중이 담겼다고 보는 게 맞다”며 “이 위원장 또한 불쾌감을 표현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장동혁(앞줄 가운데)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중앙차세대 여성위원회 발대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그러나 상반된 시선도 존재한다. 이 위원장이 큰 틀에서 지도부 뜻을 모두 반영한 걸 고려하면 사전 계획된 전략적 행보에 가깝다는 것이다. 중진 의원은 “결과적으로 이 위원장이 장 대표 의사에 반해 결정한 건 없었다”며 “이해관계가 복잡한 공천 문제를 두고 장 대표가 이 위원장을 내세워 손 안 대고 코를 푼 격”이라고 의심했다. 실제 부산시장과 대구시장 공천 문제를 두고 이 위원장과 장 대표는 ‘이정현, 컷오프 방침→장동혁, 컷오프 반대→이정현, 경선으로 선회’의 흐름을 반복했다.

장 대표가 23일 이 위원장에게 힘을 실은 것도 의구심을 더하는 대목이다. 장 대표는 이날 “공천을 하다 보면 당을 위해서 희생이 필요할 때도 있다”며 “제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표로서 공관위 결정을 존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물밑에서 어떤 흐름이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대구시장 후보 공천에서 배제된 후보들은 강력 반발을 이어갔다.

주호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원칙도 없고, 선거 전략도 없는 ‘막가파식 공천’과 다를 바가 없다”며 “원칙 없는 공천을 방치하는 대표, 자기 입으로 한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는 대표라면 그 직을 내려놓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 측 관계자는 “이 위원장과 장 대표가 서로 기획한 약속 대련이었다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주 의원은 공천위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 등 모든 대응 수단을 열어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진숙 전 위원장도 이날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관위가 이번 결정을 재고하지 않는다면 저뿐만 아니라 대구 시민들이 그냥 넘어가질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천 내홍이 커지자 국민의힘의 6·3 지방선거 참패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영남 지역 3선 의원은 “매일 싸움만 하는 탓에 지역에서 ‘국민의힘은 절대 안 찍어준다’는 기류가 팽배하다”며 “선거를 두 달 남긴 정당의 모습이 맞는지 한심스럽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또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9~20일 전국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5.3%,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에 비해 3.8%포인트 떨어진 28.1%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장동혁 대표 취임 이후 최저치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규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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