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위치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한 뒤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너럭바위 앞에서 눈시울을 붉힌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노무현 대통령께 보고 드린다. 검찰청은 폐지됐다”며 “개혁을 향해 한고비 한고비를 넘을 때마다 노 대통령이 그립고 사무쳤다”고 했다. 정 대표는 지난 17일 의원총회에서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이 통과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께 보고드리겠다”고 했었다.
최고위 직전 정 대표는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권 여사는 정 대표에 “큰 고비를 넘겼다. 안아보고 싶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정 대표는 “검찰개혁은 노 전 대통령의 못다 이룬 꿈이었다. (이제) 조금은 면목이 서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정 대표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아이디 ‘싸리비’ 정청래”라고 거듭 소개하며 ‘친노무현’ 정체성을 강조했다.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 당시 고급 시계를 뇌물로 받고 논두렁에 버렸다는 의혹을 최초 보도한 SBS를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최고위 말미에 해당 보도가 이명박 정부의 언론플레이었다는 내용의 JTBC 방송을 재생하며 “몰염치하고 사악한 언론도 흉기 같은 보도를 많이 했다”며 “참 생각할수록 열 받는다”고 했다.
한편 여권에서는 정 대표가 ‘정청래식 검찰개혁’과 노 전 대통령을 연결짓는 것에 대한 거북함도 제기된다.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의 뜻과 현재의 검찰개혁이 100% 일치하는지도 알 수 없다”며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노 전 대통령에 찾을 필요도 없다”고 했다. 곽 의원은 앞서 “부당하게 어르신 이름을 이용할 때마다 (여러) 감정이 든다”(17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그분을 그저 자신과 자신의 세력을 위한 한낱 ‘도구’로 쓴다”(18일 페이스북)고 발언했다. 수도권 지역 한 재선 의원은 “‘노무현 팔이’를 하려는 사람이 당내에 여럿 있다”며 “(정 대표의 행보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검찰에 대한 분노를 본인에게 유리한 프레임으로 끌어오려는 시도”고 풀이했다.
정 대표는 “지역주의 타파 노무현 정신”을 강조하며 김부겸 전 총리에게 대구시장 출마를 공개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대구·경북의 도약을 이끌어낼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김 전 총리님만이 낙후된 대구의 발전을 이끌어갈 확실한 필승 카드”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은 (김 전 총리에) 여러 차례 간곡히 삼고초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 대표는 전날에 이어 “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100% 민주당이 맡아 책임지도록 하겠다”며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정무위원회에선 올해 법안 심사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압박했다.
정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김 후보는 이날 최고위를 마치고 경남 양산 남부시장을 방문해 민심을 청취했다. 이름이 적히지 않은 파란 점퍼를 입은 김 후보는 본인을 알아보는 상인들에게 “갱수 왔다”고 인사하며 떡과 감자 등을 구매했다. 정 대표는 한 화장품 가게에서 로션을 구매하며 “내 얼굴이 이제 뽀얗게 될 거다”고 넉살을 떨고, 과채 가게에서는 “누가 한때 저한테 수박이라 하던데”라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한 중년 여성이 지나가던 정 대표에 “다음엔 대통령”이라고 응원하자 말없이 미소 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