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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동거 정부 이끌었던 프랑스 조스팽 전 총리 별세

중앙일보

2026.03.23 04:03 2026.03.23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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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조스팽 전 프랑스 총리가 2019년 9월 30일 파리 생쉴피스 성당에서 열린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추모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990년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동거 정부를 운영한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별세했다고 AFP통신이 23일 전했다. 88세. 조스팽 전 총리는 지난 1월 수술을 받은 뒤 자택에서 요양 중이었으며, 병명이나 사인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조스팽 전 총리는 프랑스의 대표적 엘리트 코스로 꼽히는 국립행정학교(ENA)를 나와 외무부 경제국에서 관료로 출발했다. 정치에 입문한 것은 1971년 사회당에 입당하면서다.

당시 당을 이끌었던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은 그는 1981년 미테랑 정부가 출범하자 그해 총선에서 당선되면서 주요 정치인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88년 미테랑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교육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1993년 총선에서 사회당이 참패하고 미테랑 전 대통령과도 멀어지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이했지만, 1995년 2월 사회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면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해 대선에서 우파 후보로 나선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고, 1997년 시라크 전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실시한 조기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좌파가 다수인 의회의 총리가 됐다. 이로써 프랑스에서는 우파 시라크 대통령과 좌파 조스팽 총리가 이끄는 좌우 동거정부가 탄생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2001년 9월 25일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행사 중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와 이야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는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총리로 재임하면서 마르틴 오브리 노동장관의 주도로 주 39시간이던 법정 근로 시간을 35시간으로 단축하고, 저소득층도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의료보장제도를 도입하는 정책 등으로 호응을 얻었다.

또, 결혼하지 않은 커플(이성·동성 포함)에게도 법률적 혼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시민연대협약(PACS)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조스팽 전 총리는 재임 기간 중 경제 성장과 실업률 하락, 국영 기업 에어프랑스 등의 민영화 등을 이끌어내며 행정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프랑스 제5공화국에서 3번째로 구성된 동거정부를 이끌면서 외교와 국방은 시라크 대통령이, 경제와 사회 정책 등은 조스팽 총리가 주도하는 이원적 통치 체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평생 꿈꿨던 대권을 잡는 데는 실패했다. 조스팽 전 총리는 시라크 전 대통령이 물러난 뒤 2002년 대선에 재도전했으나 1차 투표에서 극우 후보인 장 마리 르펜에게도 밀리며 3위에 그치는 이변의 희생자가 됐고, 결국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총리 시절인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프랑스를 국빈방문했을 때,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가져간 외규장각 의궤를 한국에 반환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외규장각 의궤는 이후 협의를 거쳐 2011년 장기 임대 형식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유성운([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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